디지털 음원 수요 증가에 13년만에 음반시장 회복세
영상·음반 등 콘텐츠 산업이 회생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불법 다운로드 등이 범람하면서 2000년초부터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콘텐츠 산업이 지난해부터 성장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10여년 만에 첫 반등이다. 산업을 되살린 일등공신은 아이러니하게도 `디지털`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기조가 지속되려면 신흥 콘텐츠 시장을 발굴해 수익성을 높일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는 지난해 미국 영화, TV드라마를 포함한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 매출이 전년 대비 0.2% 증가한 180억달러(약 19조7460억원) 규모였다고 13일 밝혔다.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 2004년 이후 8년 만이다. 협회 측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매출이 상승한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품질을 답보할 수 없는 불법 다운로드보다 안심하고 사용하기 쉬운 서비스들이 많이 나와서 이용자들의 환영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PC와 인터넷을 통한 불법 다운로드가 주춤해진 것도 주효했다.
음반 시장은 더 좋다.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음반 판매액은 165억달러(약 18조1000억원)로 전년 대비 0.3% 늘었다. 이는 1999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한 수치다. 프란시스 무어 IFPI 최고경영자(CEO)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전 세계 음반 산업은 마침내 회복의 길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전체 음반 산업의 34%를 차지하고 있는 디지털이 효자였다. 작년 디지털 음원 매출액은 56억달러로 전년대비 9% 늘었다. 특히 스포티파이, 랩소디 등 구독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이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2000만명으로 2011년대비 44% 늘었다. 에드가 버거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해외총괄 CEO는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음반 산업이 죽었다”며 “하지만 이제 디지털이 음반 산업을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콘텐츠 시장이 출혈이 멈추는 것과 성장세로 돌아서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구글, 애플 등이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든다고 선언하면서 시장 규모는 커졌지만 개별 업체 수익성은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포레스터리서치의 제임스 맥 애널리스트는 “콘텐츠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 궤도에 오를 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작권 침해가 잇따르고 있는 신흥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해 이들 국가 콘텐츠 산업의 양성화를 꾀해야 수익을 답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