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획]<2> 메신저 `결정적 순간들` - 무료 문자와 네트워크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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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메신저는 PC나 스마트폰에서 문자처럼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대화하는 서비스다. 이스라엘 미라빌리스가 세계 최초의 대중적 메신저 ICQ를 내놓은 것이 1996년이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는 메신저는 인터넷 대중화 시점부터 항상 사용자가 가장 즐겨 쓰는 대표적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서도 1998년 디지토닷컴 `소프트메신저`를 시작으로 2000년 전후 주요 벤처와 포털이 메신저를 쏟아냈다. 10대를 대상으로 한 버디버디가 두각을 나타냈지만,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 운용체계(OS)에 MSN메신저(현 윈도 라이브 메신저)를 묶어 판매하면서 시장은 MS 중심으로 재편됐다.

윈도에 기본으로 들어간 MSN메신저가 시장을 주도할 때, 뒤늦게 등장한 SK커뮤니케이션즈 네이트온이 시장을 엎었다. 2003년 나와 2005년 1등에 오른 네이트온의 무기는 무료 문자와 싸이월드 연동이었다.

네이트온 지배가 계속되던 메신저 시장 판도를 바꾼 것은 스마트폰 등장이라는 외부 환경 변화였다. 2010년 나온 카카오톡은 1년여 만에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으며 현재 8000만명 회원을 확보했다. 불가능해 보였던 두 번의 역전 드라마는 모두 `문자메시지`(SMS)와 `사용자 네트워크 변화`와 연관됐다.

◇메신저 시장 뒤흔든 무료 문자

2004년 초 MSN메신저는 1200만명의 사용자를 가진 부동의 국내 1위 메신저였다. 국내 업체는 MS를 불공정경쟁으로 고소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메신저 기능이 대동소이한 상황에서 MS의 플랫폼 장악은 위력적이었다.

여기에 균열을 낸 것은 네이트온의 무료 문자 서비스다. 초기 사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SK컴즈는 무료 문자라는 비밀병기를 꺼냈다. SMS는 이동통신 킬러서비스다. 통화를 연결해 시간을 들여 대화해야 하는 음성통화에 비해, 원하는 때 보내고 가능할 때 확인하는 SMS는 훨씬 간편하고 부담 없는 통신 수단이다.

네이트온은 SMS 가격 부담을 낮춰준다는 확실한 가치를 제공하면서 초기 메신저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메신저에서 메일과 문자까지 한꺼번에 관리하는 통합 커뮤니케이터가 됐다.

카카오톡 성공도 모바일 메신저가 사용자에 `무료 문자`로 받아들여지면서 가능했다. 한건에 20원 정도 하는 문자메시지 대체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새로 등장한 스마트폰 필수 앱으로 자리잡았다. SMS 수익 감소를 우려하는 통신사의 견제가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네트워크 가져오기

메신저 시장의 변화는 기존의 강력한 사용자 네트워크를 흔들 수 있을 때 일어났다. 무료 문자의 효과가 떨어질 무렵, SK컴즈는 네이트온과 싸이월드를 연계했다. 미니홈피에 새 글이나 사진이 올라오면 네이트온에서 확인하고 클릭 한번으로 이동할 수 있게 했다. 나중엔 싸이월드 사용자가 네이트에 가입하지 않고도 네이트온을 쓰도록 통합했다.

당시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싸이월드 네트워크와 결합하면서 네이트온도 급성장했다. 끈끈한 1촌 네트워크로 기존 MSN메신저 네트워크와는 다른 가치를 줬다. 2005년 3월, 네이트온은 MSN메신저를 제치고 1위에 올랐고, 사용자는 1400만명에 이르렀다.

메신저는 기능이 아니라 네트워크 싸움이었다. SK컴즈 관계자는 “두 서비스 연계로 충성도 높은 싸이월드 네트워크를 네이트온으로 옮겨, 네이트온의 본격적 성장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이 메신저 시장 주인공으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사용자 네트워크 변화의 영향이 컸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싸이월드 1촌 네트워크보다 강력한 휴대폰 주소록 네트워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메신저는 휴대폰 주소록에서 같은 메신저를 쓰는 사람을 찾아 자동으로 친구 등록해 줬다. 일일이 친구를 등록해야 하는 기존 메신저보다 훨씬 간편했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지인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싸이월드 회원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관계 피로도가 높아진 상태였다. 이때 빠르게 보급된 스마트폰이 새 사용자 네트워크를 제시하며 사용자의 시간과 관심을 가져갔다.

NHN 라인이 일본에서 성공한 것도 일본에서 스마트폰 기반 네트워크를 새로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출시 당시 스마트폰 보급률이 20% 수준으로 막 개화하려는 일본 시장에 적절한 시점에 진출했다. 귀여운 스티커 등 현지 정서에 맞는 서비스로 보급에 속도를 냈다.


카카오톡

2010년 3월 서비스 시작

2011년 4월 1000만명 돌파

(2011년 10월 `플러스친구` 도입)

2012년 6월 5000만명 돌파

(2012년 6월 음성통화 `보이스톡` 국내 시작)

(2012년 7월 `게임하기` 출시)

2012년 12월 7000만명 돌파

2013년 3월 8000만명 돌파

(2013년 3월 카카오페이지 출시 예정)

라인

2011년 6월 서비스 시작

2011년 12월 1000만명 돌파

2011년 12월 음성 통화, 스티커 도입

2012년 7월 5000만명 돌파

(2012년 7월 게임 및 채널 서비스 도입 발표)

2012년 12월 8000만명 돌파

2013년 1월 1억명 돌파

(2013년 2월 노키아와 제휴, `아샤` 폰에 기본 탑재)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