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에 허덕이는 샤프가 고객이자 라이벌인 삼성전자에서 투자를 유치하면서 협력 관계로 이어지게 됐다. 100억엔 규모로 금액은 적지만 두 회사의 협력은 전자업계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6일 니혼게자이신문과 업계에 따르면, 샤프는 이르면 이달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분 3%를 삼성전자에 넘기고 100억엔(약 1162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는다.
샤프는 지난 한 해에만 4500억엔(약 5조2321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내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퀄컴에 이어 삼성전자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활로를 찾는 동시에, 삼성전자는 안정적으로 LCD 패널을 공급받을 수 있다. 또 삼성전자는 협력사 압박 전략으로 애플과의 싸움을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장악
삼성전자가 샤프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얻는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디스플레이 패널 시장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외에도 안정적으로 패널을 공급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샤프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과거 샤프는 70%가량을 자체 브랜드용으로 소화했다. 삼성전자에 패널을 공급하는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는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삼성전자에 공급했다. 하반기에는 6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샤프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10세대 라인을 확보해 대형 LCD TV 패널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자본 제휴를 통해 대형 LCD 패널을 더욱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애플 압박 카드로도 활용
샤프는 애플의 대표적인 협력사다. 샤프의 가메야마 1공장은 사실상 애플 전용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5용 LCD 주문량을 줄인 탓에 공장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는 삼성과 제휴로 공장 가동률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애플의 부품 공급망을 제어할 힘을 갖게 되면서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 샤프 공동으로 일본 시장 공략
논의 중인 투자 금액은 지분 3%인 100억엔 수준이지만, 양사의 관계를 볼 때 추가 투자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가 샤프와의 제휴로 얻을 수 있는 것은 LCD 수급 외에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난공불락이었던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다. 샤프는 자국 내 직영 및 양판점 네트워크를 잘 구축했다. 삼성전자가 샤프와 손잡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면 일본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
제휴는 삼성전자 VD사업부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 내 다양한 분야의 협력 모델도 추가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샤프에 대해 반도체 등 부품 공급량을 늘려갈 수 있다.
삼성전자(현 삼성디스플레이)와 샤프의 기술 제휴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시야각 기술 중 하나인 VA(Vertical Alignment) 특허 소송을 펼치던 두 회사는 2010년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하고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었다. 라이선스료 등 구체적인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지금도 샤프의 기술을 활용해 VA 방식 LCD 패널을 생산한다. 안현승 NPD디스플레이서치 사장은 “자본 제휴는 샤프나 삼성전자에 `윈윈`이 되는 방향”이라고 해석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