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가 극우 꼴통? 운영자 인터뷰 해보니…

지난 대선 결과로 야권 지지층은 `멘붕`을 겪었다. 이른바 `진보`가 장악했다고 여겨지던 인터넷 여론전에서 밀렸다는 사실이 충격을 가져왔다.

그 핵심에 `일간베스트 저장소`, 줄여서 `일베`라 불리는 인터넷 유머 커뮤니티가 있다. 우파 성향 일베 사용자들은 민주당 대선 TV 광고가 나오자마자 광고 속 문재인 후보 자택 의자가 고가 외제품이란 사실을 터뜨렸다. 최근엔 위암으로 사망한 울랄라세션 임윤택 기사에 도를 지나쳤다고 비난받는 댓글을 달며 상대를 가리지 않는 공격력을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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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익명성에 기댄 일상적 반말과 욕설, 전직 대통령 희화화와 지역 차별, 여성 비하 등 일베 특유 색채는 비난의 표적이 됐다. `김치녀` `원조가카` `운지` 등 화장실 유머와 공격적 우파 성향이 결합한 일베는 지금 한국 인터넷의 뜨거운 감자다. 우리 사회 표현의 자유와 인터넷 자율의 한계를 묻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논란이 거세지만 일베 운영자는 철저히 베일 뒤에 가려 있다. 공대생, 프로그래밍에 능숙한 의사, 국정원 지원을 받는 은밀한 여론조작자(?) 등 다양한 추측이 나왔다. 좀처럼 외부에 나타나지 않는 일베 운영자 `새부`와 `기술지원`을 서면 인터뷰했다. 일베를 24시간 이상 마비시킨 대규모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방어한 직후였다.

새부는 “일베는 사용자 참여로 유머와 지식을 공유하고 사회 문제에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는 커뮤니티”라고 말했다. `모든 주제에 대해 거리낌 없이 얘기한다`는 원칙이다. 물론 다른 커뮤니티는 일베에 노골적 적개심을 보인다. 언론도 가시 돋힌 기사를 쏟아냈다. 청소년 유해 사이트 지정 주장이 나왔고 대규모 DDoS 공격이 이어졌다.

새부는 “하루 100만명이 방문하는 사이트라면 온갖 게시물이 다 올라오기 마련”이라며 “지속적 모니터링으로 문제 콘텐츠를 걸러내며, 개선 방안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언론이 부각하는 과도한 표현은 일베 정책과도 어긋나며 다른 대형 사이트에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른 커뮤니티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운영자가 개입하기도 한다. 일베 운영진은 게시물 내용에 관여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추천 시스템으로 사용자 스스로 콘텐츠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회원 간 반말을 쓰게 하고 사용자 간 친목을 금지하는 것도 허물없는 대화를 끌어내고 특정 그룹이 여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운영진은 “국내에선 디시인사이드를, 해외에선 사용자 추천으로 인기 콘텐츠를 골라내는 `레딧`을 참조했다”고 말했다.

외부 시선과 달리, 운영진은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하는 게시판 시스템 등 IT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2만명의 동시접속자와 끊임없는 DDoS 공격에 버티는 서버 최적화와 게시판 개선이 성장의 이유라는 설명이다.

이런 독특한 방침으로 일베는 인터넷에 보기 드문 우파 성향 인기 사이트로 자리잡았다. 새부는 “대기업이나 포털에 의존하지 않고 일 100만명 이상 방문하는 사이트로 성장한 일베는 인터넷의 무한한 가능성과 공정성, 효율성을 보여준다”며 “강력한 국내 인터넷 기반을 미래지향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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