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동결했다. 이달로 넉 달째다.
북한 핵실험에 따른 대북 리스크 증가와 외환 변동성 문제가 경제를 압박하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가 긍정적 흐름이고 광공업생산, 수출, 소비자심리 등이 개선된 데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일각에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공조를 강조하는 한은이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리 인하를 유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은은 14일 김중수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75%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리동결은 작년 11월 이후 4개월째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작년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한 바 있지만 이후 현 금리수준을 고집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일부 불안요인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가 완만하게나마 살아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추가적인 악재에 대비할 여력을 비축한다는 의미도 있다.
국내 경제를 보면 1월 수출은 중국·동남아 등의 수요 회복, 영업일수 확대 등으로 두 자릿수 증가율(11.9%)을 기록했다. 12월 설비투자는 9.9% 늘었고 건설투자도 공공기관 청사 착공, 정부 사회간접자본(SOC) 재정 집행액 확대 등으로 5.8% 증가했다. 제조업(1.2%)과 서비스업(1%) 생산도 소폭이나마 증가세를 이어갔다.
한파와 잦은 폭설로 12월 소매판매액지수(-1.1%)가 11월에 비해 다소 부진했지만 1월 고용사정(신규 취업자수 32만2000명)은 나아졌다.
미국의 12월 소매판매(0.5%)와 제조업생산(0.8%) 개선, 8% 가까운 중국의 성장률(4분기 7.9%), EU 지역의 수출 증가세(11월 0.8%) 전환, 수요 회복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여건도 나아졌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대북 리스크와 엔화 가치하락, EU권 국가의 추가적 재정위기 가능성 등 대외 악재가 한국 경제를 옥죌 수 있는 상황이어서 상반기 중 한번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