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산업은 `空`기관장을 원하지 않는다

“전문성 없는 공공기관장은 새 정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최근 만난 인수위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무차별적으로 진행돼 온 공기업 낙하산 인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박근혜 당선인의 의중을 이렇게 전했다. 역대 정권의 잘못된 관행인 나눠 먹기식 인사행태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비춰졌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 선 이후 공기업 사장 및 공공기관장 절반이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던 사실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정부 산하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어수선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대적인 수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5년마다 재연되는 공공기관장 교체라는 `큰 장`을 참담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정권 출범 초기 보은인사는 안하겠다고 선언하지만 결국 `챙겨주기식 인사`로 끝을 맺어왔다.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고민스럽다.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을 앉히고 싶지만 임기를 보장한 자리는 정권이 바뀌어도 물러나게 해선 안 된다는 소신론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원칙론과 현실론, 무엇하나 소홀할 수 없다.

가장 주목받는 부처는 산업통산자원부로 명함을 바꾸는 지식경제부 산하 60여개 공기관이다. 이 부처는 산업과 통상, 에너지 3개 분야에서 융합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경부 산하 에너지 공기관과 공기업은 60%가 넘는다. 조석 차관 역시 “향후 통상과 에너지가 합쳐 상당한 시너지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 수장은 전문성과 업무경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력수급부터 자원개발, 기후변화까지 한 치도 소홀해서는 안 되는 곳이다. 지금과 같이 임명권자의 의지로 선임된 일부 공기관장이 눈치만 보고 소신 없는 업무로 일관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되는 이유다.

전문가는 특정분야의 일을 줄곧 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지식이나 경험을 가진 사람이다. 튼튼한 동아줄을 잡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과거 방식은 산업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각 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능력을 보이는 전문가만이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 그래야 존경을 받는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공기관은 국정 운영의 손과 발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성은 필수 요소다. 정치적 낙하산으로 임명돼 승자의 전리품으로 수장을 내려 보내는 행태는 이제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정권 말에 가서 `동지는 없고 동업자만 판친다`는 말을 들어선 안 된다. 왕차관·눈물의 실세 같은 권력형 비리로 쇠고랑을 차는 상황을 만들어서도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없다. 검증된 통찰력과 예리한 지성을 갖춘 전문가가 공기업 수장에 있어야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