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산업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공사 싹쓸이에 시름하고 있다. 20억원 이하의 소규모 공사에도 대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공사수주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워진데다 대기업 중심의 하도급 구조 정착으로 수익까지 덩달아 하락하면서 경영 어려움에 봉착했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에서 공기관이 발주한 환경공사 1조7000억원 가운데 1조2000억원을 대기업이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특성상 평균 공사비 규모가 13억원, 인원 6.5명 수준으로 크지 않은 환경공사에 대기업 참여 비중이 70%가 넘는다.
환경업계는 환경산업이 별도의 산업분류로 보호받지 못하고 관련 공사에 다수의 사업면허가 필요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올해부터 대기업 계열 시스템통합(SI) 회사들이 80억원 이하의 공공사업 참여가 제한되지만 환경산업은 별도의 환경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보호대상으로 취급되지 않고 있어 기대를 걸기 힘든 상황이다.
대기업의 환경산업 참여로 발생하는 대표적인 문제는 불필요한 하도급 단계 증가다. 대기업 1차 환경벤더(1000여개)-2차 환경벤더(1만여개)-3차 환경벤더(3만여개)의 시장 구조가 갖춰지면서 실공사비 이외의 마진수수료 비중이 커져 수익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 실행계획으로 6억원이 나왔는데 SI 회사 측은 4억원에 공사를 맞춰줄 것을 요구했다”며 “이익이 없거나 적자가 나도 대기업과의 협력관계 유지를 위해 공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공사입찰 자격기준에 다수의 사업면허가 필요한 것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조달공사의 경우에도 환경전문공사업은 물론이고 산업환경설비업·전기공사업 등의 면허가 필요해 일부 면허만 가지고 있는 중소기업은 입찰 자격조차 갖추기 힘들다. 결국 다수 면허를 보유한 대기업이 따놓은 공사에 하도급 형태로 일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한국환경산업협회는 대기업 참여로부터 환경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보완 요청을 준비 중이다. 환경업을 따로 분류해 다른 산업군과 같이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복잡한 하도급 관행을 개선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협회 관계자는 “규모가 작은 공사에도 대기업의 참여가 진행되면서 업계에서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던 회사도 부도가 나는 상황”이라며 “환경산업 수출사업, 스타기업 육성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대기업 턴키로 공사 입찰이 계속되는 상황에선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