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도발하라! LG 스마트폰

“나의 꿈은 베네통이 신문이나 잡지 광고를 위해 한 푼도 쓰지 않아도 되게 되는 것이다.”

베네통 광고를 만든 올리버 토스카니의 말이다. 궁극적으로 광고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아주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야기다. 강렬한 시각적 메시지를 담은 베네통 광고를 한번쯤 본 사람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베네통 광고는 항상 논란이 됐다. 흑인과 백인 모델이 등장한 인종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장애아를 모델로 발탁하는가 하면 사형수와 인터뷰를 담은 시리즈까지 내놓았다. 자극적이거나 극적인 다큐멘터리 사진 한 장에 오로지 `UNITED COLORS OF BENETTONG`이라는 로고를 작게 넣는 식이었다. 토스카니는 “기존 광고의 관습이 너무 지겨웠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광고 틀을 거부한 베네통 광고는 아이러니하게도 미디어로부터 더 주목받았다. 그 결과 베네통은 코카콜라에 버금가는 브랜드 인지도를 갖게 됐다.

지난 달 LG전자가 신문에 게재한 옵티머스G 광고가 화제를 모았다. 애플의 로고를 연상시키는 사과를 옵티머스G가 반으로 쪼개는 장면이었다. `순간의 선택이 2년을 좌우합니다`라는 문구도 담겼다. 1980년대 유행한 TV 광고 카피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를 패러디했다. 많은 미디어가 도발적인 이 광고를 기사로 재인용했다. 베네통 광고와 결은 다르지만 그래도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LG전자 휴대폰사업은 올해가 고비다. 3년 가까운 고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한 때 `초콜릿폰` `샤인폰`으로 세계를 주름잡던 휴대폰 명가 LG의 요즘 고민은 `존재감이 적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삼성을 살 것인가, 애플을 살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다.

그렇다고 성능이 못한 것도 아니다. 옵티머스G, 옵티머스뷰2 등은 삼성이나 애플의 전략폰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오히려 일부 스펙은 앞선다. 그런데 소비자는 `옵티머스`라고 하면 한 단계 낮은 브랜드로 인식한다.

초반 시장 선점에 실패한 것이 화근이다. 지난 2년여간 너무 점잖은 마케팅 전략은 화를 더 키웠다. LG는 `품질 지상주의`에 함몰됐다. 좋은 제품만 만들면 소비자가 스스로 몰려온다고 고집했다. 경영진도 미디어와 접촉을 끊고 연구개발에만 매달렸다. 과거 라디오, TV, 백색가전의 성공 방정식을 맹신했다.

바야흐로 포스트모던 시대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이 대변해준다. 휘발성이 강한 시각적인 이미지에 세계가 열광한다. 품질 지상주의는 이성적이지만, 감동은 별로 없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 프레임에 갇혔다. 이 프레임을 깨지 못하는 다른 업체는 올해도 힘들다. 파격적인 도발이 필요하다. 당장 `옵티머스` 브랜드까지 버릴 각오로 덤벼야 한다.


장지영 통신방송산업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