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인증은 미래 녹색시대를 대비하는 신기술에 대한 인증이다. 이는 분명 다른 인증과 그 성격을 달리한다. 녹색기술제품 확인제의 도입은 미래 녹색 시장을 양성해 제2의 조선·반도체와 같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할 것이다.”
시행 3년을 맞는 녹색인증제가 고시 개정을 통해 녹색기술제품 확인제(이하 제품 확인제)를 새롭게 선보였다. 제품 확인제 도입은 기존 기업과 기술인증에 더해 제품까지 그 범위를 넓혀 녹색기술의 연구 개발부터 제품의 시장진출까지 통합 지원체계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의 실질적인 녹색제품 구매와 이를 기반으로 한 시장 영역의 확대다. 이를 위해서는 제품의 신뢰성 보장을 넘어 마케팅 판로연결, 공공기관 및 대기업 등 시장 리더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기업과 기술 부문의 녹색화를 유도해 온 녹색인증은 새해를 기점으로 녹색기술제품과 소비자의 직접적인 만남을 위한 시장 육성을 시작한다.
전자신문은 녹색인증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9회에 걸쳐 그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제품 확인제 도입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녹색인증의 주요 과제를 제안하는 마지막 순서로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녹색시장 확대를 주제로 담론을 나눴다.
◆참석자 (가나다순)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
-양원창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시장과장
-장윤종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센터장
-홍길표 백석대학교 교수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부장
◇사회(김동석 전자신문 그린데일리 부장)=한국형 `녹색뉴딜` 전략이 글로벌 경제위기 파고를 넘기 위한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기술과 시장, 산업의 녹색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인증제가 시행된 지 3년을 맞았다. 그동안의 성과로 무엇을 꼽을 수 있는가.
◇양원창 지식경제부 산업기술시장과장=이번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포하면서 전국적으로 `녹색`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많아졌고 그만큼 산업적인 성장과 국가 위상 제고에 큰 도움이 됐다. 녹색으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했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성과다. 현재 산업 전반에서 먹거리가 정체 상태인데 녹색이 새로운 먹거리가 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한국이 곧 녹색이고 녹색제품은 한국이 최고라는 인식을 심어 제2의 조선과 반도체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새로운 정부 정책이 시행될 때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의 수용과 조기 안정화다. 녹색인증은 지금까지 2099건의 신청을 받아 이중 984건이 확인됐다. 올해 8월까지 인증을 취득한 기업 중 녹색인증 취득 목적으로 `사업화 달성`을 선택한 기업도 83.6%나 됐다. 이중 68.8%가 녹색인증 관련 매출이 발생했고 대다수 기업에서 관련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증 시행 초기지만 많은 기업들이 활용해서 안정화를 이뤘다는 성과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정부의 정책과 달리 현장에서 느끼는 녹색인증의 성과에 대한 온도차가 있는 것 같다. 일부 기업들의 경우 인증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이 부족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나.
◇홍길표 백석대학교 교수=인증업체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녹색인증을 획득할 당시 제품까지 보유하고 있던 업체들은 실직적인 수익 증가에 도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지원에 부족한 부문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들 업체들을 위한 기술과 제품, 그리고 매출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도입되는 녹색기술제품 확인제가 해당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녹색기술에 기반을 두어 제품을 준비하고 성장 동력으로 키우려고 하는 회사들을 녹색인증의 품 안으로 끌어들여 시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제도적으로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공공기관에서 담당자가 실제로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초 제품은 시장에 들어갈 때 어렵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중요한 녹색제품을 써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외면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녹색기술제품 확인제는 녹색인증을 시장에 완성하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장윤종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센터장=녹색인증만의 플러스알파가 필요하다. 인증이 워낙 많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반찬은 많지만 먹을 것이 없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배고파하는 곳은 마케팅이다. 정부는 투자 등 자금 분야에 관심을 같고 인증을 만들었는데 기업들 중 절반은 기술의 제품화와 판매를 중요시 여긴다. 곧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내야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지 못했다. 공공구매 시제품 판매를 기대하고 들어온 만큼 그에 걸맞은 지원이 필요하다. 제품 확인제가 도입되면 상황은 조금 나아질 것이다. 녹색인증은 다른 인증에 비해 확실한 차별점이 있다. 미래 녹색신기술을 대상으로 하고 인증획득률이 50%로 기술수준도 높다. 그 차별성만큼 마케팅 쪽 인센티브에 부족함은 메우고 다른 인증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양원창 과장=녹색인증만의 플러스 요인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부연하자면 녹색제품의 시장 진입을 이끄는 지원이 있어야 한다. 신성장과 녹색산업은 기존에 없던 분야라는 측면에서 영업실적이 중요하다. 이를 풀어 줄 수 있는 곳이 공공구매다. 조달 혹은 공공기관 구매를 연결하고 실증사업을 통해 영업실적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8개 부처가 인증에 참여하고 있지만 마케팅을 지원해주는 곳은 없었다. 판로개척을 대행해주고 공공구매를 추진하는 기관의 등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석영철 부원장=제품 확인제는 인증과 달리 직접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데 의미가 있다. 기업들이 마케팅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녹색시장 자체가 아직 크지 않다는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품 확인제는 시장 소비자에게 정부 확인제품으로 믿고 쓸 수 있다는 정보를 주고 녹색시장 파이를 키우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녹색제품 사용을 권고하는 것도 필요하다. 공공기관·지자체 별로 녹색담당관 등을 두고 녹색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사유서로 제출하는 식의 절차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최근에는 소비자 사이에서도 녹색제품에 대해 충분한 비용을 내고 구매하겠다는 의식이 퍼지고 있다. 구매 담당자들이 제품을 한번이라도 구매한다면 시장은 자동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사회=녹색제품이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 지금은 부처별로 업무가 분산돼 있는 모양새다.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본다.
◇양원창 과장=새정부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현재 녹색은 신성장동력보다 기후변화 배출권거래제에 비중이 크다. 하지만 이는 규제부문이다. 규제 역시 그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이 개발되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새로운 성장을 위한 기술개발도 중요하다. 규제에 의한 산업성장과 성장에 의한 산업성장 모두를 균형 있게 조율하고 마스터플랜을 제시할 수 있는 통합기구도 필요하다. 새정부가 들어서기 전 인수위에서 반드시 실천해야할 정책지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속단하기는 어렵다. 녹색시장 자체가 초기인 만큼 지금 정책의 적합여부는 쉽게 결론내릴 수 없다.
◇사회=끝으로 새해 정부의 녹색인증 정책과 제도개선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어떠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양원창 과장=결국은 많은 사람들이 녹색제품을 인식해 저변이 확대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 및 소비자단체 등 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단체들이 녹색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해주면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정부 역시 녹색제품의 성공적 시장진입과 판로개척을 위해 힘쓸 것이다. 공공구매시장 접근성을 강화하고 시장진입을 촉진하는 제도개선을 우선 추진할 예정이다. 또 공공구매 담당자가 실제 녹색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담당자가 체감하는 구매 장애요인을 조사하고 이를 완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석영철 부원장=품질관리가 중요하다. 많은 기업들이 제품 확인제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과정에서 확인제를 남발하는 것은 소비자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 품질관리를 통해 녹색제품에 대한 공급자와 수요자간 신뢰를 구축해 조달청 나라장터 다수공급자계약 및 우수조달물품 등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공급자와 수요자가 만나는 전시회·세미나·상담회 등을 개최해 공동마케팅도 실시할 계획이다.
◇장윤종 센터장=녹색인증 기업들의 활동과 인센티브 현황을 투명하게 모니터링 해야 한다. 금융지원도 실제 도움을 받았는지 확인하고 문제점을 개선하는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해야 기업과 금융권의 녹색인증 인식을 높이고 소비자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녹색인증은 녹색 부문에서 옥석을 가리는 것이 아닌, 기술의 사업화를 위한 것인 만큼 그 취지를 잘 살려야 한다. 인증이 끝이 아니라 시장에 정착하고 사업화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우수기업에 대해서는 육성 취지에 따라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검토해봐야 한다. 꼭 기업이 필요해 인증을 찾고 지원을 요청하는 방법이 아닌 정부가 우수 기업과 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지원해 사업화하는, 찾아가는 인증의 모델 개발도 시도해야 한다.
◇홍길표 교수=녹색제품이 시장에 진출하면 녹색인증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대학과 출연연구소 등의 역할이 강화될 수 있다. 녹색인증 취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잠재적인 예비 인증기업들이 수면위로 부상하고 관련 컨설팅을 위해 대학과 출연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녹색제품이 시장에 정착했을 때를 대비해 예비 인증기업들을 위한 컨설팅 지원 방안을 사전에 준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석영철 부원장=제품 확인제는 창의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관련해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그린분야에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세계적으로 보면 그린잡스(Green Job`s) 종사자의 평균연봉이 꽤 높은 편에 속한다. 단순히 영업인재가 아닌 여러 산업과 문화 관계에서 녹색모델을 만드는 창의 융합형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녹색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 이런 창의 융합형 모델을 만드는 녹색 인재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 녹색인재가 양성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녹색인재가 되려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 하고 어떠한 지원들이 있는지를 알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 고임금 녹색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정리=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