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첫 공식 행보로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남긴 글이다. 변화와 개혁으로 대한민국을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대선 기간 국민의 열망으로 나타난 시대정신이다.
박 당선인의 대한민국 혁신 비전은 이미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됐다. 산업화·정보화를 넘어 이젠 정보통신(ICT)·과학기술 기반의 `창조경제`로 가겠다고 선언했다.
국정 중심에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이란 양대 축을 기반으로 `창조경제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하드웨어(HW)보다 소프트웨어(SW)와 콘텐츠(C)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저성장 경고등이 켜진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난제인 일자리 창출까지 풀 `마법의 열쇠`다.
대한민국은 지금 성장정체의 위기국면에 빠져들었다. 2000년대 초반 정보화 강국으로 뻗어나가던 파죽지세는 한풀 꺾였다. 변화와 개혁을 이끌 어젠다 설정에 실패한 탓이다.
당장 경제 전반의 저성장 기조는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성장 잠재력이 낮아지는 징후는 일자리 부족으로 나타난다.
지속되는 글로벌 경제 위기로 수출도 이전만 못하다. 획기적 변화와 개혁을 전제하지 않는 한 복잡다단한 현안을 일거에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단기적 처방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 과거 대기업 그리고 제조업 주도 성장 모델의 한계도 드러났다. `대기업, 제조업=일자리 창출`이라는 등식도 깨진 지 오래다.
해법은 먼저 시장에서 나왔다. 애플과 구글로 상징되는 `창조자`다. 이들은 하드웨어가 지배하던 시대에 소프트웨어와 콘텐츠를 들고 나왔다. 갑과 을의 생태계 환경도 수평적으로 바꿔놓았다. 이른바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디바이스(D)로 대변하는 자기 완결적 생태계 구조다. `빠른 추격자` 전략이 아니라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선도자` 전략이 필요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창의력과 협력의 생태계는 시장 판도를 일거에 뒤집었다.
박 당선자의 창조경제도 이런 발상의 전환과 생태계를 근간으로 했다. 말 그대로 새 시대, 새 생태계 구축을 기치로 나아가겠다는 것이다. 희망의 씨앗이 이미 있다. ICT와 과학기술로 무장한 창조세대다. 이들은 가진 게 없지만,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도전한다. 때로 벤처로, 때로는 1인 창조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과거 한국을 정보화 강국으로 만들었듯이 이들은 창조경제 강국으로 이끌 신천지 개척자라 할 수 있다.
일본의 전자와 자동차 사례는 반면교사다. 태양처럼 빛났던 일본 전자4사의 퇴조는 우리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온다. 주력 산업 경쟁력 상실은 국가 경쟁력 상실로 직결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안주는 주도권 상실이라는 불가피한 수순을 밟게 한다.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는 “세계가 우리나라 IT 개발 모형에 심취해 지대한 관심을 표시한다”며 “우리나라 전자정부를 비롯해 ICT를 결합한 히트 상품을 발전시키는 것이 창조경제로 갈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조경제는 세계로 뻗어나가야 위력을 발휘한다.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스타도 나와야 한다. 인문학과 공학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 함은 물론이다. 김철규 성균관대 교수는 “새 정부가 급변하는 새 패러다임에 부응하기 위해 구사할 혁신 전략은 이전과 달라야 한다”며 “창조경제 구현은 ICT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무대를 지향하는 `메가 프로젝트`로 기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는 대한민국 경제와 산업의 틀을 확 바꾸는 프로젝트다. 세계를 주도할 새 패러다임이다. 우리나라의 4분의 1밖에 안 되는 이스라엘도 창조경제로 초일류국가 반열에 올라섰다. 지금은 우리도 구상을 실천에 옮길 때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