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지난 수입산 돼지고기 드실래요?”

“돼지 한 마리에서 머리나 부속물 같은 거 있잖아요. 그게 얼마나 나오는 지 아세요?”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어 ‘글쎄…’로 미적거리는 사이 “15Kg 나온다”는 답이 재빨리 되돌아온다.

“그럼 한 번 맞춰보세요. 축산업자가 이거 팔면 얼마나 받을 것 같으세요?” 이번에는 뭔가 맞춰봐야겠다 싶어서 생각좀 해봤다. 시중에서 파는 머릿고기 들어간 국 한 그릇이 보통 5,000~7,000원 사이는 간다. 아무리 생산자가 파는 금액이라고 해도 이 정도는 나오겠지. “한 5만원?” 하지만 여지없이 되돌아 오는 정답은 안드로메다다. “그러면 좋게요. 3,300~4,500원 받습니다.”

간단하게 생각했던 스무고개 같던 문제는 점점 국내 축산업이 얼마나 심각한지 되돌아보게 만드는 난이도 높은 수능시험이 됐다.

“족발 잘 드시죠? 족발이 보통 돼지 다리 하나당 1.5Kg 가량 나옵니다. 그건 팔면 얼마나 받을 것 같으세요?” 이젠 미안해서 답을 못하겠다 싶어 “그냥 말씀해달라”고 부탁했다. “5,000원돈 받습니다. 돼지 한 마리 키워봐야 정말 사료값 빼기도 힘들어요” 파주연천축협 유통사업단 김승년 부단장은 설명을 하면서도 분이 안 풀린 듯했다. “그렇다고 음식점이 다 남겨 먹나요. 그것도 아녜요. 거대 유통업자만 돈 벌지 지금 국내 축산업자는 설자리가 없습니다.” 옆자리에 있던 이재윤 단장이 이 길고 긴 스무고개의 마지막 해답을 알려줬다.

Photo Image
잘 익은 삼겹살 속에는 축산업자의 한숨이 섞여있다. 국내 축산업계는 FTA와 구제역, 전세계적인 곡물가 상승 등을 뚫기 위해 ‘안전한 먹거리’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 먹거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하지만 국내 축산업 앞에 놓인 시험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수입 시장이 열리면서 국내 축산업은 자생력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이 오래 전부터 시작했던 것처럼 지역마다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축산업자를 돕는 동시에 경쟁력을 키우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파주연천축협도 마찬가지다.

파주연천축협은 파주와 연천, 김포, 고양, 부천, 양주 등 경기 북부 양돈 농가를 연합해 만든 고품질 돈육 돈모닝포크를 내놨다. 브랜딩에도 공을 들였다. 3,000만원 넘는 돈을 걸고 공모를 해서 ‘아침이슬처럼 맑고 신선한 명품 돼지고기’라는 브랜드를 택했다.

Photo Image
파주연천축협은 자체 브랜드 돈모닝포크를 내놓으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목표로 내걸었다. 돈모닝사업단 이재윤 단장은 “종돈에서 사료, 사양 관리까지 철저하게 책임진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냥 요즘 유행처럼 번지는 지역 브랜드 가운데 하나 아니냐는 반응이 되돌아올 법하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이 말이 너무 억울한 듯 보였다. “그냥 단순히 이름만 내건 유통 브랜드 아닙니다. 종돈에서 사료, 사양 관리까지 철저하게 이뤄지는 생산 브랜드예요.” 유통사업단 조호준 단장이 말을 이어간다. “참숯을 공급해서 냄새를 없애고 육질은 부드럽게 만들어요. 비타민 같은 필수 영양소까지 더한 웰빙 브랜드라고 자부합니다.”

파주연천축협은 돈모닝포크를 내놓으면서 ‘안전한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이곳은 농가 수질 관리는 물론 사료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고기는 도축 가공도 중요하다. 이 모든 과정에 파주연천축협은 관리자를 둬가면서 감독을 한다. 등급판정기준이 1등급을 넘지 않으면 돈모닝포크라는 브랜드는 아예 붙일 수 없다. 기준 이하 제품은 공판장을 통해서 일반육으로 넘긴다고 한다. “생산에서 유통까지 건강한 맛을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우리가 할 일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겁니다.”

파주연천축협은 현재 돈모닝포크를 시중에 공급하는 동시에 자체 쇼핑몰을 열어 직접 소비자와 만나는 창구도 운영중이다. 취향에 맞게 고기를 고를 수 있게 삼겹살이나 돼지등뼈, 항정살, 가브리살, 목살 등 부위별 판매는 물론 돈까스도 선보였다. 최근에는 한우 브랜드인 ‘한우풍경’도 공급을 시작했다. 물론 “축산업자도 신나고 소비자는 안심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Photo Image
파주연천축협은 최근 한우 브랜드 하랑우로 런칭했다. 안전한 먹거리로 축산업자도 신나고 소비자도 안심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 “시중에선 2년 지난 고기도 파는 거 아세요?”=지난 12월 12일 서울 평창동에 위치한 한 음식점에서 조촐한 블로거 고기 품평회가 열렸다. 블로거 20여 명과 함께 한 소비자 품평회다. 지난 행사가 중소기업 스타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를 앞세웠다면 이번에 내건 슬로건은 국내 축산업을 돕는 일종의 ‘축산업 스타찾기.’ 국내 축산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소비자가 정당한 평가를 통해 국산 고기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파주연천축협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행사장을 찾은 블로거는 차이점을 알아볼 수 있게 일반 돼지고기와 돈모닝포크 양쪽 모두 같은 삼겹살 부위를 시식했다. 삼겹살 시식을 끝낸 다음에는 항정살과 가브리살 등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도록 했다.

Photo Image
지난 12일 열린 소비자 품평회 반응도 뜨거웠다. 시중에서 2년 지난 수입산 고기도 판다는 말에 깜짝 놀라는 소비자도 많았다. 고기 굽는 방법에 따라서 맛도 크게 달라진 점도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블로거의 반응은 꽤 긍정적이다. 블로거 배해순(아이디 훈현) 씨는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을 때보다 촉촉하고 육즙이 살아있다”며 “돼지고기가 이런 것도 있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감탄사를 내질렀다. 또 다른 블로거 이진희 씨(아이디 열혈청춘) 반응도 비슷하다. “전에 먹었던 고기가 좋은 고기가 아니었을 수도 있구나 할 만큼 맛이 다르다고 느꼈다”는 반응. 블로거 설호윤 씨(아이디 길드마크)는 “삼겹살 뿐 아니라 항정살이나 다른 부위도 이전에 경험했던 것보다 부드러운 육질이 느껴져 인상 깊었다”며 칭찬이다.

행사가 진행된 2시간여 동안 파주연천축협 관계자도 바빴다. 테이블마다 붙어서 “같은 고기라도 어떻게 구워먹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며 고기를 고르거나 굽는 방법을 알리려 애를 쓴다. 어떻게 해야 고기를 잘 굽는 거냐고 물으니 이재윤 단장은 “하나만 말하자면 한국 사람들 성격이 급해서 고기를 자주 뒤집는데 고기는 다 익을 때까지 2~3번만 뒤집는 게 좋다”고 설명한다. 이런 정성 덕인지 블로거 반응도 좋았다. 블로거 안병옥 씨(아이디 신사)는 “단순히 고기 맛을 체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기 종류나 굽는 방법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을 알게 되어 신기했다”며 “무엇보다 시중에선 2년 지난 고기도 판다는데 35일 안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는 점에 가장 큰 신뢰를 느꼈다”고 밝혔다.

◇ 국내 축산 브랜드 경쟁력은…=국내 축산업은 어느 때보다 위기의 시간을 걷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잇달아 체결하고 있는 데다 곡물가가 폭등하고 다른 한 편에선 구제역 같은 문제가 발생해 존폐 위기에 서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축산업 같은 1차 산업이 무너지면 심각한 무역 불균형 같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이재윤 단장도 필리핀의 예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국제미작연구소가 있고 우리나라가 70년대 녹색혁명을 일구는 데 도움이 된 통일벼 종자를 얻어온 곳이지만 농업을 등한시하고 R&D 투자 소홀 등으로 90년대 이후 최악의 쌀 위기를 겪었다”는 얘기 말이다. 이 단장은 “그렇다고 1차 산업만 하자는 건 아니지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생존권이 여기에 있다는 건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업계에서는 국내 축산업이 쏟아지는 수입산과 경쟁을 하려면 결국 가격보다는 품질 고급화는 물론 생산성 향상, 사료비를 절감하는 노력과 축산농가 경영 안정 등이 필수라고 말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국산 제품을 선뜻 선택할 수 있으려면 간단하게 말하면 ‘맛과 안전’이 담보가 되어야 한다. 지역마다 쏟아지는 토종 브랜드가 자칫 브랜딩에만 매달리는 것보다는 파주연천축협의 예처럼 ‘안전한 먹거리’라는 점을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단장도 “다음에 이런 행사를 하면 아예 얼마나 안전하게 직접 만드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