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이란 말 아세요? 이십대 태반이 백수란 말입니다. 저도 이태백이었습니다. 대학교 졸업하고 4년을 넘게 꼬박 취업 준비만 했습니다. 이력서를 100군데 넘게 썼습니다. 면접을 봤지만 번번이 떨어졌어요. 제가 남보다 말이 느리고 어눌해서일까요.”
전자책 전문 업체 메아리 김태우 대표(28)의 말이다. 청년 스타트업이 봇물을 이룬 가운데 뇌성마비 2급 청년이 `스타트업`에 도전했다. 씩씩해 보이는 이 청년에게도 장애인을 향한 사회적 편견이 가시처럼 아픔이 돼 숨어 있었다.
그는 사실 `사업`보다 `취업`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회는 그에게 `괜찮은 일자리` 문을 쉽게 열어주지 않았다. 그는 태어나면서 뇌성마비 2급 진단을 받았다. 팔을 움직일 때나 말을 할 때 조금 불편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다.
학구열이 높은 그는 강남대학교 경영정보학과에 입학해 휴학 한 번 없이 2007년에 졸업했다. 대학생 때는 삼성 SDS 멀티캠퍼스에서 프로그램을 배웠다. 정보처리기사, 자바프로그램 자격증까지 땄지만 취업은 그에게 또 다른 벽이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알선한 기업의 문도 두드렸다. 대부분 5인 미만의 작은 기업이었다. 그 곳에서 그가 할 일은 많지 않았다. 김 대표는 면접을 보면서 가슴 아팠던 기억을 말했다.
“1분 자기소개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20초도 채 말하지 않았는데 면접관이 중간에 멈추라고 하더군요. 면접관은 우리 회사는 외부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데, 힘들 것 같다며 외면했습니다. 1분이라는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은 셈이죠.”
그는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을 전자책으로 정면 돌파하기로 했다. 지난 4월 설립한 메아리는 외국인 상대 한글 교재를 전자책 앱으로 만든 회사다. K팝 붐을 타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한글로 읽고, 쓰고 싶은 외국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한국어 교재 전자책을 만들었다. 그림과 마인드 맵을 이용해 단어를 이미지로 쉽게 기억하는 방식이다. 단어를 터치하면 발음이 나오고 그림이 움직이는 인터랙티브 요소를 넣었다.
그가 8개월 동안 정성을 다해 만든 한글 교재 앱이 이달 말 나온다. 물리적 장벽이 없는 유튜브, 트위터를 활용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SNS 홍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인생의 나쁜 일도 결국 도움이 되는 때가 있습니다. 취업에 실패했지만 사업을 하게 됐잖아요. 두려우면 못해요. 어려움도 많았지만 전자책을 만들면서 희망을 키웠어요. 한국어가 세계에 울려 퍼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회사 이름을 `메아리`로 했습니다. `진인사 대천명`이죠. 할 일을 다 하고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