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이면 공공정보화 대기업 참여가 전면 제한되는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된다. 이를 두고 곳곳에서 여러 목소리가 들려온다. 혜택을 받는 중소기업도, 참여를 제한 받는 상호출자제한집단 계열 중견 IT서비스기업도, 정보화 사업을 수행해야 할 공공기관들도 모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예상외로 조용한 곳이 있다. 대형 IT서비스기업이다. 당초 예상과 달리 공공조직도 많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왜 일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형 IT서비스기업이 그다지 울상을 짓지 않을 만한 이유가 있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대형 3사에게 이미 공공시장에서 2328억원 규모 사업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단 한 차례 열린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적용 심사에서 2000억원이 넘는 내년 공공정보화 사업이 대기업 참여 사업으로 인정됐다. 인정 기준은 오로지 예산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이다. 당초 예외적용 범위인 국방·안보·치안·외교 등과 거리가 먼 관세청과 국세청 차세대 사업이 포함됐다. 예외적용 심사는 앞으로도 수시로 열린다고 하니 얼마나 더 많은 사업이 대기업 몫으로 남게 될지 모른다.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은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대·중소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기업을 배제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그동안 공공정보화 사업 중 상당부분은 대형 IT서비스기업 3사가 수행해왔다. 그런데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한 대형 IT서비스기업을 시장에 그대로 두게 한 꼴이 됐다. 오히려 대형 IT서비스기업과 경쟁해 특정 영역에서 자리를 잡아간 중견 IT서비스기업들만 완벽하게 공공정보화 시장에서 배제됐다.
예외적용 결과를 두고 정부가 스스로 SW산업진흥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모양이 됐다고 지적한다. 사업규모가 커서 중소기업이 사업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법을 만든 지식경제부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내면적으로는 사업규모가 문제가 아니다. 사업규모가 클수록 다양한 이기종 정보시스템을 연동해야 한다. 기술이 다른 수많은 하드웨어(HW)와 SW를 연동해야 하고 다양한 업무 지식을 융합해야 한다. 다수의 중소기업이 수행하는 SW사업과 IT서비스기업들이 수행하는 시스템통합(SI)은 사업 성격도, 산업도 다르다. 해당 부처인 지식경제부도 이제 SI 특성을 인지해 SW와 SI가 서로 다른 산업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하루 빨리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