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낸 기업공개(IPO)시장이 새해에는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시장상황이 극도로 나빠지면서 상장을 유보한 기업들이 대기하고 있는 데다 경기도 올해 수준보다는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4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올해 IPO 기업 수는 유가증권시장 7개사, 코스닥기업 18개사였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16개사, 코스닥 57개사가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표다. 양 시장 공모금액 역시 9565억원에 그쳐 지난해 4조2557억원의 4분의 1에도 못미쳤다.
대형 공모기업도 급감했다. 1000억원 이상 공모 기업수는 3개사에 불과해 지난해 11개사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 지난 2005년 이후 최악의 IPO 시즌을 보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IPO 부진 원인을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과 저조한 자금유입을 꼽았다.
조광재 우리투자증권 IPO팀 이사는 “기업 입장에선 IPO를 통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이 큰 목적 중 하나인데 경기부진으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가치에 대한 우려가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을 추진했던 포스코특수강은 공모가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상장을 철회했다. 3분기 이후 철강경기가 꺾이면서 실적이 부진했고 공모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희성전자의 자회사로 주목받던 삼보E&C 역시 같은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다. 코스닥 기업들은 실적부진으로 아예 예비심사청구도 내놓지 못한 곳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IPO시장 기조는 올해보다는 좋아질 것이란 예측이다.
대어급 기업 상장이 대거 예정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상장심사를 통과한 LG실트론을 비롯해, 포스코건설, 산은금융지주, SK루브리컨츠, 희성전자 등의 상장이 예정됐다.
조 이사는 “IPO가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변동될 수 있다”면서 “내년도 대어급 기업 상장이 예정돼 있어 올해보다 많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양훈 한국투자증권 기업담당상무도 “올해 최악의 한해를 보낸 만큼 내년에는 이를 넘어설 것이란 기대가 있다”며 “코스닥 시장 역시 상장기업 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코스닥 IPO 시장 성장을 위해선 퇴출이 강화된 만큼 진입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IPO시장 규모 추이(단위:억원)
자료:한국거래소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