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송년회에 참석하느라 바쁜 12월이다. 이제 2012년 임진년도 마지막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직장 동료, 친구, 가족 등 크고 작은 모임이 이어진다. 술로 한 해를 떠나보내기라도 하려는 듯 인사불성이 되도록 2차, 3차까지 먹고 마시며 즐긴다.
요즘에는 송년회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 사용했던 망년회라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이름은 바꿨지만 여전히 우리는 망년회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시는 것은 원래 일본식 풍속에서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1400여년 전부터 망년(忘年) 혹은 연망(年忘)이라고 해 섣달그믐께 친지들이 서로 어울려 술과 춤으로 흥청대는 세시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문화가 일제 강점기 한국으로 건너왔다.
우리의 본래 연말 풍습은 이런 것과 거리가 멀었다. 우리 선조들은 마지막 달을 한 해를 돌아보고 빚진 것을 모두 갚는 달로 삼았다고 한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경건하게 보내는 시기였다.
망년회가 아닌 송년회라는 말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송년회는 `송구영신(送故迎新)`이라는 사자성어와도 통한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뜻이다. 송고영신(送故迎新)에서 나온 말로 관가에서 구관(舊官)을 보내고 신관(新官)을 맞이했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올해는 어느 때보다 송구영신이 잘 어울릴 것 같다. 잘 보내고 잘 맞아야 하는 시점이다. 새로운 5년, 혹은 그 이상의 우리 삶과 미래가 이번 2012년 임진년을 보내고 2013년 계사년을 맞이하는 송구영신에 달렸다.
홍기범 벤처과학부 차장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