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출연연과 중견기업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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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기업은 십중팔구 중견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꺼린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분류되는 순간 최다 200여 가지 혜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을 지속하려면 산업의 허리인 중견기업이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주는 항아리형 산업구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되기를 꺼리는 상황이니 항아리형 산업구조를 만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 중견기업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22곳이다. 전체 기업의 0.04%에 불과하다. 지나치게 허리가 가는 호리병형 산업구조다. 하지만 중견기업이 고용하는 인원은 전체의 7.78%인 82만4000명에 이르고 수출은 10.9%를 차지했다. 수는 적지만 수출을 늘리고 고용을 확대하는 데는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중견기업 육성에 팔을 걷은 이유다.

지난 5월 지식경제부에 중견기업국을 설치했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연말까지 중견기업을 중소기업처럼 수급사업자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은 하도급법을 개정하려 하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중견기업 육성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국내 상황에서 대기업으로 가기 위한 허리 역할을 담당할 중견기업이 국가적인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8일,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성공 이야기를 담은 책자를 발표하는 출판기념회였다. 통상 출판기념회라고 하면 그냥 책 소개 정도를 하고 마치는데 이날 행사는 색다르게 진행됐다. 책자에 수록된 32개 기업 관계자가 참석해 감사패를 서로 주고받았다. 중소기업이 성장하고 성과를 올린 것에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나눴으면 하는 주최 기관의 생각이 담긴 것 아닌가 싶다.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와 기업이 컨소시엄을 이뤄 생산 현장에서 7년가량 실용화 기술을 공동개발하면서 이뤄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산업 생태계에서 생기원 같은 출연연의 비중이 커지면서 출연연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이 부각되고 있다. 생기원과 중소기업의 협력으로 나타난 중견기업 32개도 이런 추세를 보여준다.

출연연과 기업 간 협력을 더욱 발전시킴은 물론이고 산업이나 기업 규모, 역할에 맞춘 단계별 지원을 강화해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역동적인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2015년까지 중견기업 3000개를 육성하겠다고 한 것은 쉽지 않은 목표다. 단순히 중견기업 육성을 위한 법·제도 지원뿐만 아니라 기업이 혁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창출해 적용해야 한다. 지원기관의 역량(재원·인력 등)을 확충해 수요기업에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소기업 창업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여기에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때 보다 질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더 따뜻한 경제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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