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철저한 시장선도 성과와 미래 대응을 기준으로 28일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생활가전(HA) 사업본부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업책임자급을 유지하면서 조직 안정화에도 힘을 실었다는 평가다.
올해 임원 승진자 전체 규모는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지만 전무급 이상 고위직 승진자는 늘었다. 사장 진급자 2명을 포함해 부사장 3명, 전무급 7명, 상무 신규선임 26명 등 총 38명이 승진했다. 지난해 회사는 사장 1명, 부사장 1명, 전무 11명, 상무 30명 등 총 43명의 임원 승진자를 배출한 바 있다.
◇시장 선도 최우선
올해 LG전자 인사는 구본준 부회장이 취임한 후 3년차에 돌입하면서 그의 색채를 담은 인사가 예상됐다. 키워드는 시장성도와 사업 안정화로 요약된다.
사장으로 승진한 조성진 부사장은 고졸로 입사해 35년간 강한 혁신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LG전자 세탁기를 세계 1위로 올려놓은 인재다. HA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되며 LG의 차세대 가전을 책임질 중책을 맡게 됐다.
인도에서 LG를 최고 브랜드로 키웠고 지난 1년간 HA사업본부를 이끌어온 신문범 부사장도 사장 승진과 함께 중국법인장으로 선임돼 LG 중국사업 강화라는 새로운 임무를 갖게 됐다.
전무 2년차로 세계 최대용량 냉장고를 출시해 성과를 보여준 냉장고사업부장 박영일 전무와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신산업 발굴에 기여한 짐 클레이튼 전무가 나란히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우수 성과자에 대한 파격 승진도 이뤄졌다.
◇부사장급 수석연구위원 발탁
LG전자는 시장선도를 이끌 연구개발(R&D) 전문가들이 조직관리 책임을 맡지 않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위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번 인사에 최초로 부사장급 수석연구위원을 배출했다. 향후 사장급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북미 모바일TV 표준화를 주도해온 곽국연 수석연구위원이 최초로 부사장급 위원으로 승진했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전문가인 민경오 연구위원도 전무급 위원으로 했다.
HA사업본부를 맡게 된 조성진 사업부장은 고졸 출신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승진해 눈길을 끈다. 짐 클레이튼 전무는 외국인이면서 44세의 나이에 부사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한국 마케팅에서 개인거래(B2C)그룹장을 맡아 내수 가전유통에서 강점을 보여온 이상윤 상무도 이번에 전무로 승진했다.
전명우 홍보담당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LG전자 홍보조직이 전무급 위상을 갖게된 것도 특징이다.
◇안정 속에서 성과 창출
LG전자 사업부 체계는 HA사업본부를 제외하고는 현 체제가 유지된다. 주요 사업본부는 물론 최고기술경영자(CTO)와 경영지원 부문에도 큰 변화를 두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대비와 함께 현재 사업성과를 잘 유지, 안정화시키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구본준 부회장이 취임하면서 선임한 권희원 HE사업본부장(사장)과 박종석 모바일(MC) 사업본부장 체제가 그대로 유지됐다. 두 사업부문은 LG전자는 물론, 그룹 차원에서도 가장 관심이 많은 분야다.
TV사업을 책임지는 HE사업본부는 3DTV에 이어 대형 울트라 HDTV의 선제적 대응까지 어느정도 성과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MC사업본부도 스마트폰에서 아직까지 주목할만한 성과는 미흡하지만, `옵티머스G` 등에서 기술적 대응력은 확인받으면서 새롭게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는 관측이다.
이번 인사와 관련, LG전자 관계자는 “어려운 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시장선도에 대한 신념으로 남다른 고객가치를 창출한 인재를 과감히 발탁한 게 특징”이라며 “사업책임자의 경우 단순히 매출액과 손익 등 재무성과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준비도를 엄격히 반영해 인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