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시즌이 끝나도 각 구단은 전력 강화를 위해 선수를 스카우트하고 연봉 협상에 나서는 등 바쁘게 움직인다. 일명 `스토브 리그`다. 비시즌인 겨울철에 난로에 둘러앉아 몸값을 흥정하고 선수 맞바꾸기 등을 논의한다는 데서 유래했다.
올해 `괴물`로 불리는 류현진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냈다. 김주찬·홍성흔 선수는 자유계약(FA)을 선언하고 팀을 바꿨다. 시즌만큼이나 많은 이슈가 만들어지고 있다.
재계는 인사철이다. 야구 스토브 리그와 유사하다. 한 해 사업을 마무리하면서 인사로 새해를 준비한다. 대기업 임원진 인사는 이번 주 말부터 12월 중반까지 집중된다. 필요한 인물을 발탁하고 누군가는 탈락시키며 조직 체계를 정비하는 과정이다.
요즘 `A기업에서 누가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고 어느 부문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하마평이 무성하다. 임원들은 공과의 사소한 표현에도 아주 민감해 한다. 기업 최고 결정권자는 인사로 자신의 뜻을 심는다. 인사는 핵심 자리에 CEO의 의중을 담은 사람을 배치해 조직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팀만 생각한다면 스타급 FA 선수 한 명을 영입하는 것보다 팀에 부족한 포지션을 보강하는 게 더 필요할 수 있다. 특출한 인재를 대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서와 팀이 최고 성과를 낼 수 있게 인력 퍼즐을 잘 조합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인사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다수가 공감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된 인사다. `이 사람이 승진하는 것은 당연하고, 저 사람은 그 자리에 잘 배치됐다`는 평가가 많다면 대체로 잘된 인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사가 만사(萬事)`라고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힘을 얻고 다른 누군가는 아쉬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게 인사다. 이 때문에 인사 이후가 중요하다. 잡음을 최소화하고 조직의 힘을 잘 결집하도록 후작업도 충실히 해야 할 것이다.
김승규 전자산업부 차장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