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24>`그리고`와 `그리고`:그림을 그리고, 그리고 다시 그리워하다!

그림은 그리움을 그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움의 대상이 없으면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그리움이 간절하고 애절할수록 그림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위대한 화가의 그림은 모두 자신이 그토록 간절하게 그리워하는 대상을 화폭에 담은 것이다. 글도 그리움의 대상을 염두에 두고 그리움을 긁는 것이라고 한다.

바다를 그리워한 사람은 바다를 향한 동경심을 글로 옮길 것이고, 산에 그리움을 품고 있는 작가는 산으로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작품 속에 담아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사람은 그 사람을 위해 작품을 만드는 데 일평생을 바칠 수도 있다. 그는 대중을 상대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랑하는 그 사람을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내가 정말 그리워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처음부터 그리움의 대상이 선명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내가 정말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자신도 모를 때가 있다. 정확히 무엇인지 또는 누구인지 모르지만 나의 그리움을 자극하는 원천이 무엇인지 알아야 그리움이 한곳으로 집중되기 시작한다. 그 이전의 그리움은 막연한 동경이다.

그리움의 에너지도 다른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한곳으로 집중되지 않으면 정신 집중이 되지 않으며 산만하게 이곳저곳으로 분산될 뿐이다. 그리움의 대상이 분명해질수록 글도 그림도 그리움의 대상이 내재하고 있는 본질과 속성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그리움의 대상이 하나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될 수도 있다. 나무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평생 나무만 그릴 수 있고, 삼라만상의 존재 이유가 궁금한 사람은 다양한 생명체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워하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분명한 점은 그리워하는 동경 파워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림에도 그대로 적나라하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나는 오늘 무엇을 그리워하고 있는가? 그리워한다면 얼마나 간절하게 그리워하고 있는가? 간절한 그리움, 애절한 그리움만이 그림과 글 속의 그리움으로 머무르지 않고 현실로 다가오는 그리움이 될 것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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