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패널발표

◇김광순 디맨드컨설팅그룹 대표

지식서비스 개념에 대한 혼란이 많다. 그동안 지식서비스가 과학적으로 연구개발(R&D)할 대상이냐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지식서비스 개념이 어느 정도 자리잡으면서 정리됐다. 지식서비스 R&D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지식경제부가 큰 일을 해냈다.

제조업 파생 서비스업에 정책적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시의적절한 판단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우리나라 제조업이 직면한 한계 상황을 아직 잘 모르는 듯하다.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여러 경쟁단계를 거치면서 지금은 거의 차별화 요소가 없어졌다. 쉽게 말해 기술·기능·외형·소재 등 여러 부문에서 이제 국내 제품과 중국 제품은 큰 차이가 없다.

우리 회사는 주로 서비스 디자인 분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기·전자기업 대표들을 만나면서 이들이 얼마나 새로운 경쟁력 원천에 대해 고민하는지 알게 됐다. 제조업이 가진 본질적 기능을 재편해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다. 여기서 서비스 융합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거다. 우리가 서비스 R&D를 해야 하는 이유다.

제조업체들이 서비스 R&D를 활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 새로운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삼성전자가 TV·냉장고만 팔지 않고, 웅진코웨이 모델처럼 각 가정에 가전 시스템을 판매한다고 생각해보라. 엄청난 고용 창출과 경제효과가 발생할 거다.

무엇보다 서비스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제 값을 지불하지 않는 문화를 고쳐야 한다. 기업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 세상은 변하는데,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대기업 조직 내에는 지식서비스를 인정하지 않는 뿌리깊은 문화가 아직도 존재한다.

◇김성동 지식서비스 PD

애플이라는 기업을 보면서 상품의 가치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다. 사실상 애플 쇼크는 우리나라에 IT융합과 산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거대담론을 불러일으켰다. 최근에는 양극화 문제 해결과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넘어서기 위한 전제조건이 바로 IT융합과 산업 생태계 구축이다.

지식서비스는 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도구다. 서점이라는 전통 영역이 IT와 융합되면서 아마존이 탄생했고, 경매라는 그저 그런 산업에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이베이가 출현했다.

보통 성공 사례를 해외에서만 찾는데,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다. 골프에 서비스가 더해지면서 스크린 골프가 탄생했다. 스크린 골프가 우리 국민 생활에 미친 영향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보라. 술자리 문화가 바뀌었고, 친구를 사귀는 방법도 달라졌다.

우리 눈에는 성공한 것만 보이는데, 그 이면에는 엄청난 고통의 과정이 있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지식서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비영리 단체 중심으로 플랫폼을 만들었다. 기업이 주관하는 프로젝트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방향을 수정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사업화에 대한 의지는 기업인들이 가장 강하다. 지식서비스 테마를 도출하고 추진하는데 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는 지식서비스 품질을 평가하고, 계량화할 수 있는 지표를 발굴해 측면지원에 나설 거다.

지식서비스 연구개발물 중 사업화된 프로젝트가 많지 않다. 그동안 지식서비스 정책이 유통물류·디자인·컨설팅 등에 편중된 영향이 클 거다. 앞으로는 여러 지식서비스 모델로 다각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유무역협정(FTA) 시대를 맞아 우리 기업이 개발한 서비스를 글로벌화하고, 발굴된 지식서비스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들기 위한 공동 연구도 해야 한다.

◇이준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지식서비스를 활성화할 것인가, 아니면 지식서비스 산업을 육성할 것인가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3년 전 정부에서 지식서비스 백서 만들 때 본인이 위원장을 맡았다. 6개월 기간 중 반 이상을 지식서비스 개념 정의하는데 보냈다. 우리는 항상 산업 중심으로 사고하고, 정책을 고안하는데 익숙하다.

그러나 지식서비스는 산업으로 생각하는 순간 모든 일이 잘 안 된다. 지식서비스를 산업의 범주에서 논의하면 영역의 문제가 발생한다. 금융·통신·교육·헬스 등 업종은 지식서비스 중 중요한 분야다. 이런 업종은 이미 다른 부처에서 상당 부분 역할을 맡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지식서비스 산업 정책을 추진하려면 내부뿐 아니라 여러 부처와 영역 문제로 조율해야 할 거다. 지식서비스를 업종이 아닌 다이내믹한 관점으로 봐야 한다.

지식서비스는 사회적 이슈와도 직결된다. 예를 들면 최근 정치권에서 부상한 경제 민주화 문제와 지식서비스는 연관성이 많다.

예를 들면 숙박업에 서비스를 더한다고 생각해보자. 대기업 중심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중소 업체들을 참여시키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중소 숙박 업체들이 맞춤화된 서비스로 특화된 서비스 모델을 개발할 수도 있다. 여러 지식서비스가 나올 수 있는데, 바로 이를 추진하는 주체가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하는 문제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 또한 중요하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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