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전 업종으로 확산된 구매 혁신…시스템부터 업무 방식까지

기업의 `구매` 업무가 `돈 쓰는 일`이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업무의 시작이자 핵심 역량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자·자동차·조선 등 수출품과 무형 서비스를 포함한 제품 대부분의 라인업 주기가 짧아지면서 수많은 협력사 관리와 적시 부품 조달이 신제품의 성공을 가름한다.

구매 역량이 신제품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셈이다. 최근 들어 구매 시스템 개선 활동이 부각되고 있는 배경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제조 기업에서 시작돼 올해 통신·서비스·유통·건설 등 전 업종에 걸쳐 확산됐다.

최근 구매 시스템 기업 엠로가 개최한 `구매전략 세미나`에서 400여명의 국내 기업 구매 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KT·삼성에버랜드 등 제조·통신 기업의 구매 혁신 사례가 발표돼 이목을 끌었다.

◇구매 프로세스 `계획`과 맞춰라

판매 계획과 구매량을 맞추는 일은 제조 기업만의 고민이 아니다. 이미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은 제품의 정확한 출시와 재고 절감을 위해 가능한 한 짧은 주기 내에 판매 계획에 꼭 맞춘 구매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협력사와 공유하려는 노력을 가속해 왔다.

CJ제일제당과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올해 제조 기업에서 가장 적극적 활동을 추진한 LG전자에 이어 최근 이러한 노력을 가속한 것은 다름 아닌 통신업체인 KT다.

연간 10조원의 구매 물량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모바일 단말기 구매량을 판매 계획과 주 단위로 맞추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잘못된 예측으로 단말기 재고가 쌓이거나 부족하면 영업 손실이 클 뿐더러 스마트폰 등장으로 유행과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서 예측은 더 어려워졌다.

KT가 우선적으로 도입한 것은 전사공급망관리(SCM) 관점의 `주 단위(Weekly) 판매&운영 계획(S&OP)` 체계다. 매주 향후 12주차 판매계획을 수립하면서 주마다 계획을 다시 바꾸고 매월 마지막 주 롤링(Rolling) 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이 정보는 반드시 시스템으로 관리한다.

KT 관계자는 “판매 부서에서 계획을 수립하면 공급관계관리(SRM) 시스템과 연계돼 협력사와 이 정보가 공유된다”며 “KT가 주문한 물량에 협력사가 `몇 개를 공급할 수 있다`고 답을 보내오면 그 수량을 갖고 매주 S&OP 회의체에서 최종 판매계획을 확정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S&OP 회의로 수요 예측, 판매·출고 계획 수립을 확정하고 전사 차원의 단일한 판매·구매·재고 계획이 수립된다. 결과적으로 매주 하나의 판매 계획이 KT의 판매부서부터 협력업체까지 공유돼 실행하는 구조다.

KT는 표준 구매 프로세스 적용도 확대했다. 계약·정산·입고 세 가지 구매 업무를 표준화하는 `3-웨이 매칭(Way Matching)` 방식을 적용했다. 구매 업무 표준화뿐만 아니라 구매 비용 지출 내역과 이력 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올해 기준 구매 물량 90% 이상이 이 표준 프로세스로 구매되고 있다.

◇전략적 구매 그룹 관리

전자·자동차에 이어 조선업 등에서 구매 정보 전략적 구매 그룹 관리가 활발히 추진돼 왔으며 건설과 설계·구매·시공(EPC) 산업에서도 같은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단가`에 따른 구매 업무가 아니라 공급자를 등급에 따라 나누고 정기적으로 평가해 탈락 혹은 투자·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 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포스코·아모레퍼시픽 등이 지난해 전략적 구매 그룹 관리로 협력업체 평가와 육성을 강화했다. EPC 업종의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에버랜드도 대표적 사례다.

특히 삼성에버랜드는 최근 1년여에 걸쳐 진행된 SRM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E&A 사업부, FC사업부, 리조트사업부 3개 사업부별로 시장 동향·실적·구매액·가격 정보·중요도 등을 분석해 분류 체계를 만들고 이를 시스템에 적용했다. 그룹별로 전략을 세우고 각기 다른 구매 프로세스를 적용한다. 이 결과를 면밀히 모니터링한 후 다시 분류 체계에 반영한다.

품목과 특성을 고려해 잠재 협력사를 발굴하는 자동화 기능도 만들었다. 단순히 `조달`을 위한 시스템이 아니라 더 생산적인 구매를 위한 개선 활동을 한 것이다.

이 같은 전략적 구매 관리를 포함해 기업의 정책적 구매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제조·금융 등 그룹 단위로 계열사 물량을 통합해 구매력을 키우고 단일 채널로 구매 업무를 효율화하는 통합 구매, 또 협력업체를 단일화 혹은 다원화해 조달 혁신을 꾀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시스템 기준 정보 표준화…모바일 구매도 확산

구매와 관련된 정보를 표준화하는 것은 모든 기업의 과제다. 구매부서에서 `A1`로 표기하는 제품을 생산부서에서 `A-원` 표기하는 등 시스템 상에서 표기 정보를 같게 하는 것이다.

어느 부서의 어떤 직원이 확인해도 같은 부품으로 분류 혹은 관리할 수 있고 시스템도 같은 부품으로 인식한다. 전사자원관리(ERP)·공급망관리(SCM) 등 시스템별, 부서별로 각자 부여한 코드를 사용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다른 시스템으로 구매 정보를 볼 수 없고 서로 데이터도 다르다.

전자·자동차에 이어 조선업 등 전 업종에서 구매 정보 표준화 작업이 활발히 추진돼 왔으며 건설과 설계·구매·시공(EPC) 산업에서도 데이터 표준화와 이를 기반으로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통합 작업이 잇따르고 있다.

또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의 업무 적용 확산에 따라 구매 업무를 모바일로 가능케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작업 공간이 넓은 조선업 등에서도 확대되고 있으며, KT도 데스크톱PC는 물론이고 스마트패드, 스마트폰 등 멀티 디바이스를 지원하면서 멀티 플랫폼과 브라우저를 지원하는 모바일 구매 환경을 만든 대표적 사례다.


최근 구매 혁신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주요 목표와 구체적 사안

[CIO BIZ+]전 업종으로 확산된 구매 혁신…시스템부터 업무 방식까지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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