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한류 위상, 갈길 먼 저작권 정착`
동남아시아 콘텐츠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류 콘텐츠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보통 직장인의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한류 스타 콘서트 티켓이 불티나게 팔리고, 한국 드라마를 담은 CD가 시내 한복판에서 인기리에 팔린다. 현지인과의 대화에선 `강남스타일` 화제가 빠지지 않는다.
한류의 성장과 함께 휴대폰이나 가전 등 다른 한국 제품의 이미지도 덩달아 좋아졌다. 문화 역량과 경제 역량이 시너지를 내며 선순환을 일으켰다. 하지만 한류 콘텐츠 자체가 시장성을 확보하기엔 아직 저작권 보호 등 제반 환경이 미비하다. 한류 활성화와 저작권 보호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동남아 콘텐츠 시장의 중심, 태국=태국은 동남아시아 콘텐츠 시장의 중심지로 꼽힌다. 캄보디아·베트남·라오스·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여러 나라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인구나 경제 규모, 발전 속도 등의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인터넷 사용자는 1750만명에 이르고, 이동통신 사용자는 6900만명으로 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
당연히 문화 콘텐츠 수요도 폭증했다.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드라마, 각종 게임 등의 불법 복제 콘텐츠를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 기기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콘텐츠 소비도 늘었다. 이미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이용하는 비중이 오프라인 못지않은 수준으로 커졌다는 평가다.
이유현 한태교류센터 대표는 “K팝 스타의 방문 공연이 이어지고, 고가의 콘서트 티켓도 시장에서 소화된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저작권 시장은 아직=그러나 콘텐츠의 저작권을 존중하고 제값 주고 사는 문화는 아직 뿌리내리지 못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태국사무소가 15개 지역 포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을 통해 태국에서 유통되는 한국 저작물 중 저작권료를 지불한 사례는 2.6%에 불과했다. 97%의 저작물은 불법으로 유통되는 셈이다.
서버에 접속해 즐기는 온라인게임이 주류인 게임 분야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일부 사설 서버 문제가 있지만 국내 온라인게임이 시장을 주도한다. 드라마는 불법 복제가 성행하지만, 현지 방송사에 정식 계약을 맺고 판매되는 수익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반면에 영화는 피해가 심각하다. 영화 관람료가 상대적으로 비싸고 한국 영화가 많이 극장에 걸리기 힘든 상황에서, 불법 복제물이 돌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본다. 최진영 한국저작권위원회 태국사무소장은 “광범위한 확산이 중요한 콘텐츠와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가 큰 콘텐츠 등 저작물 특성에 따라 구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계도, 협력에 주력=동남아시아는 언어와 역사, 문화가 다른 국가들이 모인 지역이다. 12억의 인구가 강력한 정부의 통제 하에 단일 제도와 시장을 형성하는 중국과는 다른 상황이다. 나라마다 경제 상황이나 콘텐츠 시장 여건 등도 제각각이다. 그러다 보니 저작권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산업 선순환 구조 정착이 여의치 않다.
저작권 단속을 강력히 하기보다는 한류 콘텐츠가 광범위하게 퍼져나가도록 하는 것이 시장 조성에 유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류가 퍼지면서 다른 한국 상품까지 인지도가 높아지는 파생적 경제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한국저작권위원회는 현지에서 저작권 인식 제고나 현지 기관 및 학계와의 협력 사업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젊은이가 모이는 중심가에서 한류 스타를 앞세운 저작권 인식 캠페인을 벌이고 저작권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동남아 주요 기관 및 학계와 국제 세미나와 워크숍도 활발히 진행한다. 방콕을 거점으로 베트남과 라오스 등 인근 국가서도 저작권 관련 활동을 벌인다.
한국 저작물의 온라인 유통 현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하는 한편, 저작권 침해 피해에 대한 구제조치 지원도 실시할 예정이다. 최 소장은 “동남아시아에선 한국을 발전의 모델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저작권 보호 인식을 정착시켜 모두 함께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을 확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방콕(태국)=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