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듣고 싶은 말을 마음에 정한 채 상대방에게 의견을 구하는 사람, 혹은 그런 말을 뜻한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이다. 상대방에게 원하는 대답은 확실하지만 이를 굳이 의견을 묻는 질문 형태로 물어보는 대화 방법이다. 정말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필요하면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말을 상대가 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개방적 양방향 소통을 가장한 일방적 메시지 전달이다. 자기를 낮추고 약점을 말하는 척하면서 도리어 자신에게 약점이 없음을 확인 받으려는 심리다. 여자가 남자 친구에게 `나 요즘 살쪘지? 다이어트할까봐`라고 물을 때엔 `아니야, 네가 더 뺄 살이 어디 있다고. 아주 예뻐`라는 모범 답안이 이미 정해져 있다.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오는 `바빠서 화장도 못 하고 홍대 나갔는데 남자들이 자꾸 붙잡더라고. 왜 그러지?`나 `잘생기고 집도 부자인 과 선배 오빠가 유독 나한테만 자꾸 말을 걸어. 왜 그럴까?` 등의 글도 답정너일 때가 많다. `생얼도 워낙 괜찮으니까 그렇지. 부럽다`나 `그 오빠가 너한테 관심 있나봐`가 정답이다. 물론 읽는 사람은 `도에 관심 있냐고 물어보려는 거야`나 `그 오빠가 너를 정말 편하게 생각하나 보다`와 같은 말이 목에 걸린다.
원하는 사람과만 교류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인기로 답정너는 더 확산된다. 비슷한 생각과 지향을 지닌 사람들끼리 어울리며 서로 원하는 말만 주고받곤 한다. 확증 편향이다.
카카오톡과 인터넷 게시판에 자기 말을 제약 없이 쏟다 보면 짜증나는 답정너를 만날 일도 많아진다. 원활한 대인 관계를 위해 적절한 답정너는 필요하지만 남의 입을 빌려 자기만족을 느끼려는 태도가 심해지면 곤란하다.
답정너는 회사나 학교, 가정 등 위계가 있는 조직이라면 어디나 존재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군대에서 소원 수리에 솔직하게 답했다가는 남은 군 생활이 피곤하다.
*생활 속 한마디
A:오늘 회장님과의 사내 간담회는 신사업인 안드로메다 미역 양식장 건설이 주제예요.
B:그 사업 회장님이 직접 챙기는 거 아시죠? 누가 의견을 묻건 `답정너`를 잊지 마세요.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