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기술사업화 예산 `쥐꼬리`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11년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술사업화 예산 현황(단위:백만원)

# “우린 기술사업화를 위한 아이템을 내도 예산이 없어 할 수 없다. 단순히 기술설명회 정도나 할 수 있는 수준이다.”-E 기관 성과확산실장.

# “변리사 혼자서 특허 분류하고 관리하기도 벅차다. 사업화 인력은 보직 순환자들이어서 전문성이 거의 없다. 일을 시키려야 시킬 사람이 없다.”-K 기관 기술이전팀장.

# “정부가 국가 R&D를 활용한 기술 아이템 정보만 기업에 넘겨줄 것이 아니라 개발한 기술로 아예 사업모델을 만들어 기업에 제공해 봐라.”-A 벤처기업 대표

현행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술사업화 시스템을 전면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R&D는 선진국 수준에 올랐는지 몰라도 기술사업화 관련 조직 체계는 후진국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전자신문이 이상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의원(민주통합당)과 공동으로 정부가 매년 강조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술사업화 사업과 조직, 예산 등을 들여다봤다.

대부분 `살림살이`라는 표현조차 쓰기 어려울 만큼 초라했다. 형식적 틀만 갖추고 시늉만 한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역사가 50년 된 출연연의 맏형 격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마저도 지난해 R&D 예산 2833억원 가운데 0.2%가 안 되는 4억8400만원만을 이전 기술발굴과 상담, 전시회 등에 집행했다.

“기술 마케팅 예산을 늘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기술사업화의 선순환 구조와 시스템부터 갖추는 것이 곧 정부 R&D 예산의 사용 효율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박태웅 초대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이하 연기협) 회장의 지적이다. 박 회장은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R&D를 수행하는 궁극적 목표가 기술 상용화라는 것을 전제로 이같이 말했다.

◇성과확산예산 1% 넘는 곳 없어

응용연구를 상당부분 수행하는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 대부분이 1%도 안 되는 성과활용 및 확산 예산을 집행해 왔다.

전체 40개가 넘는 출연연 기술이전액 가운데 30~40%가량인 400여억원대 수익을 올리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마저도 지난해 쓴 포괄적 마케팅 비용이 전체 예산 6027억원의 0.8%인 47억 6800만원에 불과했다.

나머지 출연연은 거론하기조차 민망하다. 기업 지원에 가장 가까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전체 R&D 예산의 0.16%인 3억원을 지난해 포괄적 마케팅비로 집행했다.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으로 오면 상황은 더 열악하다. 예산규모가 가장 큰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해 예산 3657억원 가운데 0.03%인 1억3980만원을 집행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전체 예산의 0.6%인 7억8800만원을 집행했다.

◇상용화 위한 추가 연구비 지원도 `이름뿐`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개발한 기술이 제품화하는 데 `2%` 정도 함량 미달인 것은 웬만한 과학기술계 인물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예산집행 과제와 예산이 연구개발까지만 지원되기 때문이다.

애초 기술개발 자체도 상용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보완한 시스템이 상용화 추가 연구예산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에서 상용화 추가 예산을 가장 많이 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지난해 11억8900만원을 썼다. 전체 예산의 0.9%에 해당한다.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기관도 마찬가지다. 가장 많이 쓴 한국기계연구원과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전체 예산의 2%를 갓 넘겼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1.2%였다. 나머지 기관은 오히려 포괄적 마케팅비용보다도 적게 집행했다.

한국기계연구원이 0.2%인 1억3000만원, 한국화학연구원이 0.006%인 6800만원을 지난해 지원했다.

원자력위원회 산하 원자력안전기술원은 R&D를 포함해 지난해 총 1023억원을 집행했으나 원자력견제기관이라는 이유로 상용화 추가 및 포괄적 마케팅비를 아예 책정하지 않았다.

◇성과확산 고도화 등 풀어야 할 과제 산적

개방성과를 지향하는 전 주기 R&BD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성과확산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고도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송주영 비즈니스전략연구소 대표는 “지난 2010년 국내 공공기관 기술이전 실적을 점검한 결과 전체 기술료 수익이 1245억원에 불과했다”며 “1.48%인 연구생산성과 1.79%인 기술이전 사업화 예산비율을 가지고는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술 공급자와 중개자, 수요자 측면에서의 어려움을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해답이 나온다.

기술 공급자 측면에서는 기술 완성도 미흡과 이전계약 후 AS 미비 등을 꼽았다. 기술 중개자 측면에서는 공공TLO(기술이전전담조직) 전문역량 부족, 예산 부족, 조직 내 낮은 위상 등을, 수요자 측면에서는 기술 응용력 미흡, 사업화 투자여력 부족, 외부기술 부정 등을 기술사업화 걸림돌로 지적했다.

김길해 기술거래기관협회장은 최근 대전에서 열린 기술사업화 콘퍼런스에서 “R&D 상품제조와 마케팅에 전체 예산의 30~40%를 쓰는 게 통례인데 출연연 성과활용 예산이 1%대도 안 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기술 판매도 전문성이 있어야 하고, 노력이 R&D만큼 많이 드는 일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민 의원은 “R&D 예산 집행은 국가연구개발관리 규정에 묶여 사업화 예산으로 확장해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를 개선하는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년간, 단위:백만원)

출연연 기술사업화 예산 `쥐꼬리`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