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현대·기아차, 이렇게 발목 잡히다니…

현대·기아차가 환율이란 복병에 발목이 잡혔다.

두 회사는 지난 7~8월 파업 사태를 수습하고 9월부터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그러나 갑자기 원화 가격은 치솟고 엔화는 하락하면서 판매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31일 외환은행 고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5일 1137.5원에서 10월 31일 1090.5원으로 4.1% 가량 하락했다. 반면 원·엔 환율은 1451.45원에서 1370.32원으로 5.6% 가량 폭락했다.

불과 두 달 만에 현대·기아차의 가격 경쟁력이 4.1% 하락한 셈이다. 반면 주요 경쟁자인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는 엔화 약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여름 파업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판매량 증가로 부정적 영향을 상쇄했다. 신흥 시장 비중을 높인 점이 주효했고, 중국 내 반일감정 확산에 따른 반사이익 효과도 더해진 덕분이었다.

그러나 환율 변동에 의한 가격 경쟁력 하락은 치명적인 변수다. 신흥 시장 소비자들은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신흥시장 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차가 환율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대·기아차 경영진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다음달부터 환율 비상 체제에 돌입한다. 내년 사업계획 수립 시기를 앞당기고 환율 전망치도 낮췄다. 환헤징·결제통화 다변화 등 환 리스크 관리도 더욱 강화한다. 달러뿐 아니라 엔화·유로화와 대비해서도 원화 강세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환율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원화 강세 효과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생산 비중도 빠른 속도로 높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처음으로 해외 생산량이 국내 생산량을 넘어섰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9월 누적 해외 생산비중은 50.5%를 기록했다.

원가 절감을 위해 국내 부품·소재 협력사에 강도 높은 판가인하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불과 두 달 만에 현대·기아차 내부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며 “판가인하 압력에 대비해 협력사들도 생산 해외 이전뿐 아니라 부분품 조달을 국내에서 해외로 돌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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