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중소기업 주식거래 시장인 프리보드가 사실상 시장 기능을 상실했다. 거래가 부진한 데다 지정법인 수마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초 연내 설립을 추진하던 중소기업 전용시장(코넥스)마저 개설이 더뎌지고 있어 비상장 중소·벤처의 자금조달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25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현재 프리보드 지정 법인 수는 50개로 2005년 시장이 개설된 이후 최소 규모로 줄었다.
프리보드는 2005년 7월 지정 법인 60개로 출발해 2010년 12월에 71개까지 늘었다. 하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현재 출범 당시보다 줄었다.
신규 지정법인은 지난 4월 이후 지난달까지 1개사에 불과했다. 이달 들어 1개사가 늘었지만 4월 이후 해제기업수가 17개사로 크게 늘면서 지정기업 수는 50개사로 감소했다.
거래량도 부진하다. 50개 법인 중 전날 단 한 건도 거래되지 않은 것이 36개(72.0%)에 달했으며 하루 거래 대금도 6000만원에 불과했다. 지난달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9600여만원에 그쳤다. 거래량이 부진하면서 단수주문으로 사고파는 시세조작 우려까지 노출된 상황이다.
소규모 벤처기업들에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립 취지도 무색해졌다.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을 합쳐 지난 2007년 5523억원이었던 자금 조달액은 2009년 55억원까지 급감했다가 2010년 530억원으로 올라갔다. 작년 자금 조달액은 202억원이었고 올해 들어 이달까지는 239억원이다.
프리보드가 이처럼 제자리를 잡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출범 이후 7년 동안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코스닥과 유가증권시장에서 퇴출당한 기업들이 주로 지정되면서 퇴출시장이란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기업 경영활동에 대한 공시도 원활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이후로는 금융위원회가 프리보드와 기능이 상당부문 겹치는 중소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코넥스 설립 계획을 밝히면서 프리보드 기능은 더욱 위축됐다.
코넥스 시장도 자본시장법 개정 불투명과 거래소 내 규정 개정이 더뎌지면서 설립이 난항에 빠졌다. 중소·벤처 자금 조달 창구가 꽉 막힌 셈이다.
가뜩이나 연말에 자금 수요가 집중되는 중기·벤처로서는 더욱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비상장 중소·벤처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기존 시장은 제 기능을 못하고 새로 출현할 시장도 불투명하다”며 “중소기업으로선 기존 시장이든 새 시장이든 시장이 활성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2012년 지정기업수 월별 추이
프리보드 최근 한달간 거래종목수 및 거래형성율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