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2부>글로벌 창업현장을 가다 (9) `대만`

국제공항에서 차로 50여분. 거리를 달리는 오토바이 수가 서서히 늘더니 순간 셀 수 없이 많은 오토바이가 가지런히 주차돼 있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엔 크지 않은 식당·간이 음식점·커피숍 등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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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대 이노베이션&인큐베이션 전경

대만 최고 대학 `국립대만대`다. 번화가에서 한 블록 안으로 들어가자 대만대 스타트업 인큐베이션센터 이노베이션&인큐베이션이 나타났다. 커다란 잔디 공터를 끼고 있는 이곳은 번화가와 달리 스타트업이 비즈니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했다. 전면엔 울창한 나무가 여럿 서 있다. 건물은 오래돼 보였지만, 이노베이션&인큐베이션은 1997년 설립됐다. 대만 대표 대학 인큐베이터센터 역할을 해온 이곳은 2001년 민영화됐다. 투자 등 스타트업 지원 폭을 넓히기 위해서다.

입주사들은 대만 최고 스타트업으로 평가된다. 대만대에 전국 최고 인재가 모여서다. 이곳 입주사 대부분은 대만대 졸업생이 주축을 이룬다. 현재 35곳이 입주해 있다. 70여 개사가 거쳐 갔다. 입주 경쟁률은 높다. 매년 20~25개팀이 지원한다. 이 가운데 입주 기회를 잡는 곳은 5~6개팀(회사)에 불과하다.

대만에는 `창업 천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잘 돼 있다. 대표적인 게 이노베이션&인큐베이션과 같은 창업보육센터. 대학뿐만 아니라 기업, 지방자치단체가 창업보육센터를 운영한다. 인재 접근이 용이해 대만대 졸업생을 중심으로 이곳을 고집한다. 자신이 공부한 곳 그리고 교수와 후배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회사는 민영화됐지만 국립대학에 속해 있는 만큼 공공 성격을 띤다. 회사가 입주사에 요구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혁신` `대학과 협력` 그리고 `성실(Integrity)`. 입주 기업에게 당부하는 3대 요소다. 이는 입주사 선정 기준과도 직결된다. 2005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료슈에위 사장은 “기술이든 서비스든 기존에 출시돼 있는 것을 아이템으로 창업한 곳은 입주가 안 된다. 아이템이 혁신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과 협력은 대학 그리고 기업이 윈윈(Win-Win) 하자는 차원이다. 대학도 이론에만 치우치지 않고 산업을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료슈에위 사장은 “3~5년 입주하는 기업에게 대학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누릴 것을 제안한다”며 “그게 신생 회사에게도 기회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만에서는 학생이 재학 중 창업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사회 통념도 회사 생활을 해본 사람이 창업해야 성공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다. 이곳 입주사 CEO(창업자) 95% 가량이 직장생활을 경험했다. 료슈에위 사장은 “빌 게이츠와 같이 대학을 중퇴하고 성공한 사람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성공하기 위해선 대학 과정을 밟을 것을 요구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음 목표(창업·입사)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실무를 아는 사람이 비즈니스에 뛰어들어야 더 일을 잘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다니던 회사 지원으로 창업하거나 정부 창업경진대회에 나가 기회를 잡는 형태다. 창업전선에 뛰어들면 자금을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정부와 은행 자금을 쓸 수도 있다. 창업경진대회도 워낙 많다.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으면 경진대회를 기회로 창업할 수 있다.

정부도 스타트업이 시장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정부 발주 프로젝트도 많다. 왕진보 대만중소기업총회 비서장은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프로젝트가 1년에 1000개 이상 나온다”며 “이는 대만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서히 창업자 연령대가 내려간다. 대만은 휴대폰(스마트폰)과 PC 산업이 발전했다. 자연스럽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관심이 크다. 정부도 여기에 한 몫을 한다. 기존 제조 중심 지원에서 최근 소프트웨어 지원 필요성을 느꼈다. 제조업만으로는 국가 경쟁력 강화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다. 현지 IT업체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IT산업이 강한 대만은 상대적으로 SW산업이 약하고 이는 창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며 “최근 하드웨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과 함께 정부가 SW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다”고 소개했다.

대학에서 창업 관련 과목도 개설된다. 혁신이 강조되면서 젊은 사람이 일찍 창업과 비즈니스에 눈을 뜨도록 돕기 위해서다. 료슈에위 사장은 “최근 창업 강좌 수강생이 늘고 있다”며 “예전에 비해 창업 관련 정보가 많고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도 법률·회계 등 창업 어려움을 쉽게 극복할 수 있어서다”고 설명했다. 양장석 KOTRA 타이베이무역관장은 “대만 젊은이 상당수가 인큐베이터센터 한곳에서 CEO 꿈을 키운다”며 “한국과 비교해 창업 환경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만에 폭넓게 위치한 인큐베이터센터는 스타트업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지원을 펼친다. 입주사가 원하는 자금, 마케팅 부분을 주로 해결한다. 투자하는 곳도 있다. 이노베이션&인큐베이터가 대표적으로 업체당 100만대만달러(약 3700만원)에서 약 1000만대만달러를 투자한다. 마케팅 지원으로는 입주사가 해외 전시회에 나가면 최고 50%를 지원한다. 멘토 지원 프로그램은 특별히 존재하지는 않는다. 이노베이션&인큐베이션의 경우 강력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입주사가 원할 경우 기업과 자리를 놓아준다.

입주사인 온라인 여행업체 토로로지(TOPOLOGY) 투어 링운판 대표는 “사업하는 과정에 나타나는 어려움의 해결을 도와준다”며 “첫 매출에 대한 세금 문제로 골치가 아팠는데 센터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소개했다.

IT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인 료슈에위 사장은 “대학 교수가 아닌 현장 경험을 갖춘 기업인 사고로 운영하라는 차원에서 저를 발탁한 것 같다”며 “예전과 비교해 월급은 많이 줄었지만 기업가를 양성한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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