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계명대 캠퍼스에 자리잡은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에는 1인 창조기업에서 중견 벤처까지 100개 가까운 기업이 입주해 있다.
요즘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입주 기업들 사이에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진흥원 내 몇몇 기업들이 모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가 인터넷에 배포한 프로그램을 섣불리 다운로드 받아 사용했다가 저작권 침해로 고발 위협을 당했기 때문이다. 개인 사용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영리 목적으로 쓸 때엔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소프트웨어인데, 일부 기업에서 저작권 조항을 잘 확인하지 않고 사용했다 곤경을 겪고 있다.
입주 기업 관계자는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해 클릭해 한두 번 훑어보거나, 개인 노트북을 회사로 가져와 일하다 회사 로그 기록이 남은 사례까지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고발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입주 기업들이 저작권 관련 업무를 맡을 전담 인력을 두기도 힘든 상황. 인터넷에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할 때 사용 라이선스 조항을 철저히 확인하도록 하는 등 저작권 관련 사전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엔 적절한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하지만, 마음만 앞설 뿐 현실은 만만치 않다.
◇콘텐츠 기업 많은 대구, 저작권 교육 절실하다=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은 저작권 문제로 고민하는 입주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찾아가는 저작권 종합 서비스`를 활용했다. 현지 기업의 저작권 관련 애로 사항을 파악하고 기업 및 지역 특성에 맞는 저작권 교육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19일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전문가들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대구 지역 중소 영세기업과 1인 창조기업 등에서 필요로 하는 저작권 수요를 파악하고, 기업 특성에 맞는 저작권 바로알기 교육과 일대일 맞춤형 소프트웨어 관리체계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했다. 최진원 대구대 교수의 저작권 관련 법 제도 현황 및 활용 방안에 대한 강연도 가졌다.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입주 기업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및 게임 개발, 문화 콘텐츠 분야가 주류를 이룬다. 당연히 저작권 문제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적재산권과 라이선스를 활용해 사업을 하기 때문에, 다른 기업의 저작권을 최대한 지키려는 자세다.
또 무엇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고, 어떻게 하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적재산권을 최대한 활용해 보다 창의적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지도 관심이 높다. 이날 교육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는 “저작권에 대해 막연하게만 알았는데, 저작권 침해가 무엇이고 저작권 보호가 산업 현장에서 왜 중요한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복잡한 라이선스 컨설팅도 제공=개발 업무에 필요한 개발 도구와 업무용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라이선스 관리 업무도 중요한 문제다. 소프트웨어 신규 구입과 버전 업그레이드 관리, 라이선스 계약 등 복잡한 문제가 많다. 전담 인력을 둘 상황이 못 돼 개발자가 개발 업무와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개발보다 라이선스 관리가 주업이 돼 버리는 사례도 생긴다.
이런 기업이라면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소프트웨어 관리체제 컨설팅이 유용하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전문가가 직접 개별 기업 환경에 맞는 SW 관리 요령을 알려준다. 복잡한 업무용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문제를 상담해 주고, 문제가 생길 경우 대응 방법도 제시한다. 적은 비용으로 활용 가능한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소개하고, 사내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관리하는 업무 시스템 정립을 지원한다.
이호흥 한국저작권위원회 종합민원센터장은 “저작권은 보호 못지않게 활용도 중요하다”며 “위원회의 각종 서비스를 활용해 저작권 관련 리스크를 줄이고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부분 기업이 저작권이라 하면 아직도 `단속과 고발`을 우선 떠올리는 것이 현실이라는 토로다. 그런 인식 때문에 저작권과 관련된 유용한 서비스나 제도를 잘 활용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찾아가는 서비스가 저작권 경쟁력 키운다=한국저작권위원회는 중소기업과 1인 창조기업 등을 대상으로 저작권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스마트 시대를 맞아 창의적 아이디어와 콘텐츠 등 무형 자산이 핵심 가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을 발로 뛰며 지방 기업이 서울과 다를 바 없는 저작권 관련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한다. 지방에서도 성공적인 문화 콘텐츠 및 정보기술 기업이 대거 탄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병한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장은 “앞으로도 지역 관련 기관 및 단체와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 문화산업 현장 중심의 찾아가는 저작권 종합 서비스를 확대 실시하겠다”며 “이를 통해 지방 저작권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고, 지방에서도 수도권과 동일한 보편적 저작권 서비스 수혜를 받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인 창조기업과 중소기업에 제공되는 ?춤형 저작권 교육과 소프트웨어 컨설팅, 법률상담 등을 통해 지역 기업의 저작권 인식 제고와 지방 콘텐츠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설명이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