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장비 자회사 3개 업체 통합…당분간 설비 투자 실종 예고

삼성전자가 3개 장비 자회사들을 단일 법인으로 통합 출범시킨다. 당분간 삼성의 대규모 설비 투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장비 자회사들의 생존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풀이된다. 거대 장비 회사가 등장하는 동시에 향후 삼성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설비 투자 구매 방식에도 변화가 올지 이목이 집중된다.

국내 최대 장비 업체인 세메스(대표 남상권)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또 다른 삼성전자 자회사인 반도체 후공정 설비 업체 세크론 및 반도체 설비 개조 전문업체 지이에스와 합병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내년 1월 통합 법인을 신설하고, 5년 내 세계 10대 반도체 장비 업체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자회사인 3사가 통합함으로써 전공정과 후공정 및 개조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장비 토털 솔루션을 구축해 규모의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에 이어 중국에 팹 투자를 하는 삼성전자의 구매 창구를 단일화해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세메스는 세정, 포토, 식각, 증착 등 반도체 전공정 설비를 주력으로 공급한다. 세크론은 반도체 후공정 및 검사장비 업체며, 지이에스는 장비 성능 개선 및 개조를 전문으로 한다. 3사 모두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합병 주체는 매출, 자산 및 인력 규모가 가장 큰 세메스다. 합병 비율은 1(세메스) 대 0.447(세크론) 대 0.768(지이에스)다. 합병을 앞두고 삼성전자는 세크론 장외 지분을 대거 사들여, 지분율을 92.15%까지 끌어올렸다. 개인 주주들의 반발을 미리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세메스 지분율은 89.01%다.

세크론과 지이에스의 인력·자산은 세메스로 모두 승계된다. 삼성전자 자회사 지위도 유지된다. 다음 달 3사 주주 총회 승인을 거쳐, 내년 1월에 합병을 완료할 예정이다. 3사 매출을 합하면 올해 기준 1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합법인은 오는 2017년까지 세계 10대 반도체 설비업체에 진입한다는 목표다.

류두현 세메스 상무(경영지원팀)는 “반도체 산업 위상에 비해 세계 시장에서 국내 장비 업계의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국내 장비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영 자원과 사업 역량의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합병 배경을 밝혔다. 장비 업계 관계자는 “3사 합병으로 인한 사업적인 시너지 효과는 크게 없을 것”이라며 “규모의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 시안 팹의 장비 구매 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