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착한 게임' 뭔가 봤더니…

12월 대선을 앞두고 화합이 화두로 떠올랐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게임 업계에서도 화합과 공생을 컨셉트로 내건 일명 `착한 게임`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동안 착한 게임이라고 하면 교육적 효과를 강조한 기능성 게임을 일컬었다. 기능성 게임은 교육이나 의료, 훈련, 공공 같은 교육적 효과를 가진 콘텐츠를 게임 기능에 결합해 흥미롭게 활용할 수 있게 만든 게임을 말한다. 기능성 게임은 올해 전 세계 시장 규모만 해도 92억 달러 규모에 달할 만큼 눈에 띄는 성장을 거듭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볍게 게임을 즐기려는 게이머가 교육에 초점을 맞춘 기능성 게임만을 즐기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가벼운 스마트폰용 RPG나 애니팡 같은 퍼즐, 웹게임 등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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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이니팜. 그럴싸한 전투 시스템 하나 없지만 스마트폰용 게임 시장에서 하루 평균 70만 명이 즐길 만큼 성공을 거뒀다.

요즘 눈길을 끄는 건 이들 분야에서도 착한 게임이 성공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 스마트폰용 게임인 타이니팜은 팜, 농장을 성장하게 만드는 게임으로 하루 평균 70만 명 이상이 즐긴다. 그럴싸한 전투 시스템 하나 없지만 제작사인 컴투스 측은 이 게임으로 벌어들일 올해 수익만 해도 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쟁 없는 평온함을 기대하기 어려운 웹게임 시장에서도 성공 신화가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은 제국건설(Forge of Empires).

제국건설은 부족전쟁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게임 개발사 이노게임스가 이쪽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1년이 넘는 기간을 들여 개발한 웹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원시시대부터 시작해 꾸준히 도시를 키워가며 자신만의 멋진 제국을 건설해야 한다. 석기시대에서 시작해 청동기와 철기, 중세시대를 거쳐 현대와 미래시대까지 도시를 키우는 것. 현재 버전은 중세시대까지만 업그레이드할 수 있지만 조만간 식민지 시대를 비롯한 새로운 시대를 추가할 예정이다.

제국건설은 지난 9월 5일 정식 서비스 이후 독일식 정통 유럽 스타일 웹게임의 진수를 보여줬다는 평을 들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가장 찬사를 끌어낸 부분은 웹게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세련된 그래픽이다. 모든 해상도에서 건물 내 사람의 움직임까지 살펴볼 수 있을 만큼 디테일을 잘 표현했다. 또 이노게임스 국내지사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 외국계 게임을 하면서 으레 겪는 불안정성을 최소화했다는 것 역시 게이머의 마음을 사로잡은 요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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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건설은 상대방 도시를 방문해 격려하기나 광내기 같은 활동을 통해 상대방의 자원 생산이나 행복지수를 높여주고 본인은 금전적 보상을 받는 시스템을 구축, ‘착한 게임’을 표방한다. 사진제공=이노게임스(kr.forgeofempires.com)

하지만 이 게임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은 앞서 언급한 `착한 게임`이라는 점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웹게임은 대부분 전투 시스템을 통해 서로간 경쟁을 유도하기 일쑤다. 하지만 제국건설은 게이머간 전쟁보다는 상호보완적 행동을 유도하는 시스템을 도입, 웹게임의 호전성을 줄였다.

게임 내에서 친구나 다른 게이머의 도시를 방문하면 격려하기나 광내기 같은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상대방은 자원 생산이나 주민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고 본인은 일정량의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다른 게이머를 공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게이머의 도시를 공격하는 건 24시간에 한 번만 할 수 있고 공격이 성공해도 큰 보상은 받기 어렵다. 도시를 방어하는 군사 유닛은 전투 이후에도 피해가 없지만 공격하는 쪽은 피해를 100% 받는 탓에 굳이 무리해서 다른 도시를 공격할 이유가 없다. 자연스럽게 공격보다는 격려하기나 광내기 같은 지원 활동을 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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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투 같은 전략적 재미는 게이머와 AI간 전투로 대체했다. 대륙지도를 통해 마치 문명처럼 웹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게임이라는 특성상 전투가 갖는 매력적인 부분을 간과할 수는 없다. 제국건설은 이 부분을 게이머간 분쟁이 아닌 게이머와 AI간 전투로 해결했다. 제국건설에는 대륙지도라는 콘텐츠가 존재한다. 게이머는 이곳에서 AI와 전투를 벌이고 영토를 확장하며 이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대륙지도는 제국건설이 처음 선보였을 때 기술 연구 콘텐츠와 함께 `문명의 웹게임 강림판`이라고 불릴 만큼 관심을 모았다. 제국건설은 대륙지도를 이용해 게이머가 전략적 재미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장치 덕인지 제국건설은 정식 서비스 한 달이 조금 지났지만 호평 일색이다. 공식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면 아이디 로이엔탈은 "다른 웹게임보다 그래픽이 좋은 것 같아. 공방에선 물레 같은 걸 돌리고 사냥꾼 소굴에선 불에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고…하면 할수록 흥미로운 게임"이라며 뛰어난 그래픽을 칭찬했다. viernes38도 "문명이나 심즈, 삼국지 같은 게임을 좋아해서 그런지 웹게임은 처음이지만 매력적"이라며 전략게임의 특성을 잘 살린 장점을 높이 평가했다.

업계에선 제국건설이 긍정적 반응을 끌어내는 이유로 롤더스카이, 타이니팜 등 팜류 소셜 게임이나 문명, 새틀러 같은 전략 게임의 장점을 살린 새로운 컨셉트와 세련된 그래픽 등 진일보한 게임성, 게이머간 화합과 상생을 강조한다는 점을 든다. 그동안 끊임없는 침략과 전투에 지친 기존 웹게임 사용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며 빠른 시간 안에 웹게임 분야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설명.

이노게임스코리아 이상수 지사장은 "제국건설은 웹게임을 즐기는 모든 유저가 전투와 침략을 좋아하는 호전적 성격을 갖고 있는 건 아니라는 분석에서 개발에 착수한 게임"이라며 "자고 일어났을 때 자신이 운영하던 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진 아픈 기억 탓에 웹게임에 거리를 두고 있던 게이머라면 주저하지 말고 웹게임 본연의 재미를 즐기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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