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특구, 걸맞은 예산 배정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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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연구개발특구 육성 사업을 시작한 지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연구개발특구는 2005년 대덕연구단지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광주와 대구 두 곳이 추가로 지정됐다. 늦어도 다음 달에는 부산도 특구로 지정될 것이라는 소식이다.

기우일지 모르겠지만 잇단 특구 지정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다. 특별해야 할 지역이 계속 늘어나는 모양새니 이제는 보통구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릴 법하다.

지난 수년간 사업이 진행되는 모양새를 보면 갈수록 특구 지정이 정치권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짙다. 이미 지정된 광주와 대구가 그랬다. 특구 지정이 기정사실화한 부산도 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연구개발(R&D) 인프라보다 해당 지역 국회의원과 지자체 영향력에 따라 특구가 결정되는 양상이다.

특구 육성 사업 특성상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하지만 한정된 사업 예산을 지역별로 나눠 먹는 식의 정책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 특구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데 비해 정부 예산이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식경제부는 2010년 대덕특구에 437억원을 지원했지만, 올해는 추가 지정된 대구와 광주 때문에 대덕특구 예산을 347억원으로 줄였다. 내년 연구개발특구 전체 예산은 970억원 정도로 예상되지만 부산까지 추가돼 예산 쪼개기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연구개발특구 육성사업이 지경부 내 테크노파크 등을 통한 지역산업정책과 일부 중복되는 점도 문제다. 지역에 있는 특구본부와 테크노파크는 대부분 지역 중소·벤처업계를 지원한다.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는 두 사업이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막상 지역 현장에서 지원기관과 기업인이 느끼는 사업은 별반 차이가 없다. 실제로 광주테크노파크는 지난해 연구개발특구지원단까지 별도로 만들어 운영했을 정도다. 당시 관리감독기관인 지경부조차 광주를 특구로 지정하면서 이 사실을 몰랐다. 광주테크노파크 안에 연구개발특구지원단과 연구개발특구본부 광주기술사업화센터가 두 달 가까이 한 집 살림을 했는데도 말이다.

특구 지정을 남발하면 후유증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개점휴업 상태인 경제자유구역꼴이 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선택과 집중`에 걸맞은 제대로 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신선미 전국취재 sm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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