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00억원 규모로 추진한 콘텐츠공제조합 설립이 예산 확보 실패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국회 심의 과정이 남았지만 이마저도 불확실해 유명무실한 조합으로 전락할 상황이다. 콘텐츠공제조합은 1000억원 출자로 2조원 가까운 보증과 융자 사업을 펼칠 계획이었다.
10일 관계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콘텐츠공제조합 출연 예산으로 200억원을 요청했으나 기획재정부가 전액 삭감해 국회에 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부는 내년 200억원을 시작으로 2014년 200억원, 2015년 100억원 등 3년간 500억원을 정부 출연 예산으로 확보할 계획이었다. 이 기간 민간도 500억원을 출연, 총 1000억원 규모로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3년간 1조9000억여원에 이르는 보증과 융자사업에 나설 예정이었다.
정부 출연이 끊기면서 민간 재원 확보가 불투명해졌다. 십시일반 200억원가량인 민간 출연이 여의치 않게 됐다. 아케이드게임업계는 상품권 전환수수료 과정에서 확보한 20억원을 출연할 계획이었으나, 정부 출연 불가 방침으로 확보가 쉽지 않게 됐다.
재정부는 산업별 형평성을 언급하며 출연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재정부는 조합 내년 운영 예산으로 10억원만 반영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조합은 민간 자율로 운영해야 한다”며 “한 곳을 지원하면 다른 산업에서도 비슷한 성격의 조합을 만들고 예산을 요청한다”고 불가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10여년 전에 사례가 있었지만 당시에도 10억원 정도 초기 설립비 지원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문화부는 중소기업계와 공동으로 막판까지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를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재정부가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쉽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실시한 콘텐츠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콘텐츠 중소기업이 원하는 정부지원제도로 78%(복수 응답)가 `자금지원`을 꼽았다. `시장정보 제공`(21%) `기술개발`(17%) `제작 인프라 조성`(17%) 등과 비교해 월등히 높다.
문화부는 콘텐츠공제조합 설립 근거를 골자로 작년 말 개정한 콘텐츠산업진흥법에서 조합 기본재산에 정부가 출연 또는 보조할 수 있도록 했다. 황준석 문화부 문화산업정책과장은 “콘텐츠기업 90%는 소기업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췄는데도 담보로 세울 게 마땅히 없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콘텐츠가 차세대 유망 성장산업으로 일자리 창출에도 상당히 기여하는 만큼 초기 조합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콘텐츠 공제조합=차세대 유망서비스업종인데도 담보 부족으로 기존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콘텐츠기업이 안정적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2010년 중소기업중앙회와 국회가 공동 개최한 `콘텐츠 중소기업 희망정책포럼`에서 필요성이 처음 제기됐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세부 설립방안을 수립했다. 영화·애니메이션·게임·캐릭터·만화·방송·지식정부·콘텐츠솔루션 등 콘텐츠업체가 회원으로 가입(공제부금 납부)한다. 지난해 말 설립근거를 명시한 콘텐츠산업진흥법이 개정됐으며 지난 6월 말 시행됐다.
【표】문화체육관광부 공제조합 재원조성 계획(3년간)(단위:억원)
※자료:업계(1000억 자금으로 3년간 1조9021억원 보증 및 융자지원)
김준배·한세희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