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7년 동안 겨우 100만 '초라한 현실'…정책적 재검토 목소리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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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술로 개발한 휴대인터넷 `와이브로`가 서비스 7년에 걸쳐 가입자 100만명 고지를 밟는다. 지난해 5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결과다. 하지만 경쟁기술인 롱텀에벌루션(LTE) 가입자가 1년 만에 1000만명을 돌파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와이브로 정책에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4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9월 말 와이브로 가입자는 KT 93만5800명, SK텔레콤 6만300명으로 총 99만6100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자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이달 100만명 돌파가 유력하다. KT와 SK텔레콤이 올 초 와이브로 에그를 출시하면서 가입자가 꾸준히 늘었다.

가입자 100만명은 상징적인 숫자지만, 와이브로는 너무 오래 걸렸다는 평가다. 지난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무려 7년 만이다. 이런 증가 속도로는 운영비도 충당하기 어렵다. 사업자들이 계속 적자를 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더구나 새로 출시되는 단말기도 없다. 장비업체들도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 않아 갈수록 경쟁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와이브로와 경쟁기술인 LTE는 급성장했다.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한 LTE는 1년여 만인 지난 8월 10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 LTE는 이동통신시장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연말에는 1700만명, 2013년 말에는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73%인 4300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속 무선통신이 가능한 LTE 가입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와이브로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통신 업계는 와이브로 서비스가 시장 주도권 싸움에서 뒤졌고, 글로벌 기술 트렌드도 LTE 중심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 서비스 전반의 정책적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산 기술에 집착하기보다 와이브로에 배정한 주파수, 망 구축과 유지에 투입한 재원 등을 효율적으로 쓸 방안을 강구하자는 지적이다. TD-LTE 등을 도입해 활용하면 통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통신사 한 고위관계자는 “와이브로 단말기와 장비제조업체들이 손을 뗀 것에서 보듯 이미 경쟁에서 뒤처졌다”면서 “ICT 분야는 다른 산업 분야와 달리 정책을 결정했더라도 기술발전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우리 기술이라는 점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면 손실만 커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와이브로가 새 기술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와이브로 가입자 수 추이

자료:방통위, 업계 종합

와이브로 7년 동안 겨우 100만 '초라한 현실'…정책적 재검토 목소리 높아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