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전자지갑은 누굴 위한 지갑입니까?

#.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컵케이크 가게를 하는 래슬리 피엣은 올해 초 근거리무선통신(NFC)으로 작동하는 모바일전자지갑 결제 단말기를 거금을 들여 마련했다.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하려는 고객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말기를 사용한 고객은 아무도 없다. 피엣은 “전자지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며 기존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결제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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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매장에서 사용되는 페이팔의 NFC 결제 단말기

은행, 카드사를 비롯한 금융권과 인터넷서비스업체 등이 합작해 거액을 들여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모바일 전자지갑을 쓰는 사람이 과연 있긴 한가`라는 제목의 기사로 최근 상황을 분석했다.

버라이즌, AT&T, 비자, 마스터카드 등 컨소시엄인 `아이시스(Isis)`는 솔트레이크시티와 오스틴, 텍사스 등에 올해 초부터 NFC에 기반한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선보였다. 아이시스는 NFC가 가장 확장성이 좋고 안전한 모바일 결제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결제에 대한 자블린 스트래디지앤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혁신과 결제 기술의 발전에 비해 미국 시장에서 모바일 결제를 받아들이는 비율이 극히 낮다”고 지적했다.

아이시스보다 앞서 NFC 전자결제에 뛰어든 업체는 구글이다. 구글은 스프린트넥스텔과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지난해 9월 `구글 월릿`을 출시했다. 하지만 지원되는 휴대폰이 삼성전자 넥서스S를 비롯한 6개 스마트폰 뿐이다. 게다가 이 스마트폰들은 3위 이통사인 스프린트넥스텔에서만 지원된다. 로빈 듀아 구글월릿 사업부 총괄은 “몇 명이 구글 월릿을 사용하고 있으며 매달 얼마정도 결제가 일어나는지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양키그룹의 닉 홀란드 애널리스트는 “단말기를 갖고 있는 상점의 수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손에 꼽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혁신적인 스마트폰의 상징인 애플조차 최근 내놓은 아이폰5에 NFC 결제 시스템을 넣지 않았다. 아이트 그룹의 릭 오글레스비 애널리스트는 “애플의 결정은 현명했다”며 “글로벌 기준으로 NFC 단말기를 갖추고 있는 상점은 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용률이 극히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체들은 아직 서비스 초반이기 때문에 매출을 올리려는 적극성이 떨어지고 고객 역시 딱히 사용할만한 동기가 없다는 것. 인터내셔널그룹의 레이먼 리아마스 애널리스트는 “고객을 NFC 모바일 결제로 유인할만한 쿠폰 등 유인책이 없기 때문에 고객들은 쇼핑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며 “이런 속도라면 향후 50년이 지나도 쓰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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