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안정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성공한 이유는 IT에 대한 `건강한 비관론(Healthy Skepticism)`이 원동력이 됐다는 독특한 분석이 나왔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27일 대기업-중소기업-벤처캐피털을 아울러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하는데 성공한 베를린의 사례를 집중 조망했다.
세계적 IT기업 구글은 지난 26일 베를린에 신규 사무실을 오픈했다. 베텔스만, 도이체방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세계적 기업이 입주해 있는 빌딩이다. 트위터도 조만간 베를린에 둥지를 튼다.
내년에는 스타트업이 사용하는 공장형 빌딩 `팩토리`가 베를린에 문을 연다. 이 빌딩은 내년 1분기에 완성되며 모두 5곳의 공장형 빌딩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에는 6분더킨더, 모질라, 사운드클라우드 등 유명 스타트업이 입주하게 되며 운동시설이나 카페, 미술관, 호프집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영국 벤처캐피털 커넥트벤처스는 이달 초 50만달러를 베를린 소재 스타트업 `온당고`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페이스북을 이커머스에 활용하는 업체다. 페이팔 설립자들이 만든 파운더스펀드와 유명 벤처투자자 피터티엘은 올해 초 베를린에 `리서치게이트`를 설립하고 스타트업 투자에 들어갔다.
눈길을 끄는 점은 베를린이 글로벌 IT기업을 끌어들이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경계심이 현지인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경계심이 스타트업 활성화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슈피겔은 이를 건강한 비관론으로 지칭했다.
예를 들어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 사생활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개인정보보호 관련 스타트업 창업이 활발해지는 식이다. 구글만 해도 독일에서 여러 건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소송에 시달리고 있으며 관련 공판이 오는 28일 함부르크 법원에서 열린다.
바바라 후페 모질라 대변인은 “독일인들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애플 등 거대 IT 기업들이 가져오는 보안이나 사생활 보호 문제에 매우 관심이 많다”면서 “(자국 스타트업이) 대안을 가지고 있다는 데 큰 위안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