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따뜻한 메신저

`메신저`라는 용어만큼 광범위하게 쓰이는 말도 드물다. 뭔가를 전달하는 매개는 모두 메신저로 표현하면 통용된다. 메신저는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외래어다. 사전에는 메신저를 `지시, 명령, 물품 따위를 다른 사람이나 기관에 전해 이르게 하는 사람`으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PC와 모바일기기가 일반화되면서, 메신저는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메시지와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프로그램)을 가리키는 용어로 고착화됐다. `메신저 뭐 쓰니?` `메신저 연결하자` 등등. 메신저는 1996년 미국 아메리카온라인(AOL)이 서비스를 시작했고, 우리나라에는 1998년 디지토닷컴이 처음 도입했다. 지금은 메신저 홍수다.

메신저 프로그램은 우리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 번 메신저로 연결된 사람들끼리는 항상 곁에 있는 것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메신저 대화명을 수시로 바꿔가며 자신의 기분까지 전달한다. 사실상 본인을 중심으로 하나의 실시간 연결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소통의 혁신을 이룬 것이다.

그러나 철저히 개인 소사이어티의 셀 형태로 형성되는 메신저 문화는 온라인 문화에 익숙지 않은 독거노인이나 소외계층이 사회 틀에서 한층 더 배제되거나 잊히는 역기능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또 사람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매개가 되다보니, 주변을 돌아볼 기회도 사라졌다.

우리 주변에는 따뜻한 미담을 달고 다니는 훈훈한 메신저가 있다. 전통적 메신저인 우편집배원이다. 집배원은 사람의 향기까지 전달하는 `아날로그 메신저`다. 특히 자신이 맡고 있는 지역사회 상황을 누구보다 잘 꿰고 있어, 지역 소외계층을 돌보는 도우미 역할도 톡톡히 한다.

올해 우정사업본부는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딱! 밀착한 나눔 실천`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아날로그 메신저(집배원) 네트워크를 활용한 지역맞춤형 밀착 공익사업을 진행한다. 서민과 가장 가까운 국영기관으로서, 행복한 사회의 든든한 이웃으로 뿌리 내리겠다는 취지다.

전국 집배원은 1만7000여명이다. 구석구석을 돌며 보고 느끼기 때문에, 무미건조한 사회에 다양한 미담을 양산한다. 찜통더위에 쓰러진 노인을 살리고, 폭설에 무너진 화장실도 고치며 독거노인의 가족이 된다. 결식학생에게 월급을 쪼개 급식비를 대주고, 교복과 가방을 사주며 소년소녀 가장의 부모가 된다. 이번 추석에도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미담은 우체국 단골손님이다. 사람의 향기는 우체국 집배원들 사이에서 자주 피어난다. 희로애락을 전하는 메신저가 컴퓨터 프로그램이 아닌 따뜻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모두의 마음이 넉넉해지는 `한가위`다. 한가위 나눔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본다.


심규호 전자산업부장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