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절전 활동에 동참해 전력수급에 기여한 기업들이 약속된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26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수요관리 시장 개설 횟수가 올해 급증하면서 예산 초과와 정산 지체 등으로 관련 지원금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요관리는 기업들이 전력피크 시간에 전력사용량을 줄이고 해당 절감량만큼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제도다.
미지급 지원금의 규모는 약 2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됐다. 올해 수요관리 관련 당초 예산이 666억원이었지만 실제로 운영된 시장은 2500억원 규모에 달한다는 것을 근거로 한 추산이다.
지원금 지급이 늦어지면서 수요관리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추경예산 편성, 관련예산 전용 등으로 지급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관련 작업에 진척이 없자 연내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한 수요관리 회원사 관계자는 “적어도 추석 전까지 지원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추석 상여금에 차질에 생겼다”며 “절전에 참여한 기업들에 우선 지급하고 추후 정산하는 운용의 묘를 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곧 있으면 다시 동계피크가 다가올 텐데 하계피크 지원금도 지급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업들에 무슨 명분으로 다시 절전시장 참여를 종용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수요관리 관련 전력부하관리 사업 예산을 2500억원으로 대폭 늘릴 방침이다. 하지만 올해 미정산 지원금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 기업별 실제 전력 절감량의 정산이 끝나지 않아 지급이 늦어지는 것도 있지만, 이미 초과한 예산범위의 비용 충당이 없으면 정산이 끝나도 지급이 힘들다.
지식경제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수요관리 재원인 전력산업기반기금 항목 중 상위 분류 내에서 자금을 운용을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수요관리 상위항목은 에너지 공급체계 구축으로 현재 이곳에는 전체 4400억원가량의 예산이 책정돼 있다. 규모상으로는 미지급 지원금을 충당하고도 남는다. 문제는 해당 자금이 수요관리에 사용되면 다른 분야의 예산은 줄 수밖에 없다.
지경부 관계자는 “협의가 필요하지만 전력산업기반기금 상위항목으로 운용할 때 절전 지원금을 주기 위한 재원 여분은 충분하다”며 “아직 기업별 실제 절전량 산정이 끝나지 않아 지원금을 결산하지 못했을 뿐이며 지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