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콥터 벤(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돌아왔다. 말 그대로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며….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얘기다. 매달 400억달러나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사들이고 초저금리 정책은 2015년 중반까지 연장했다. 파격이다. 갈피를 못 잡던 시장은 환호했다.
그의 결단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8%를 웃도는 실업률과 내리막길을 걷는 미국 경제에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대공황 전문가 아닌가.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 때 경기가 회복되기 전에 섣불리 돈을 거둬들여 낭패를 보았다. 그는 이런 `에클스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터였다.
문제는 현실 경제가 교과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한번 나빠진 경제는 살아날 줄 모른다. 물가 상승과 달러 가치 하락 우려는 서서히 커졌다. 일각에선 버냉키의 양적완화정책이 가짜 약으로 환자 심리 상태를 개선시키는 `플라시보 효과`에 불과하다고 폄하한다.
이쯤에서 2008년 다시 시작된 위기의 원인을 따져보자. 정말 닌자대출(NINJA:No Income No Job or Asset loan)로 일컫는 금융과잉 때문인가.
로버트 라이시는 반복되는 경제 위기 원인이 따로 있다고 말한다. 점점 커지는 소득과 부의 격차 때문이라는 것이다. 바로 중산층 몰락이다.
그 출발은 어디인가. 톰 하트만은 `중산층은 응답하라`에서 부자 감세·작은 정부·신자유주의를 앞세운 레이건 정권으로부터 실마리를 찾는다. 이후 부시 정권에 이르는 공화당 집권 기간에 중산층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것이다. 중산층이 사라지면 사회적으로도 큰 문제를 낳는다. `월가를 점령하라` 같은 갈등은 필연이다.
최근 한국 신용등급이 일제히 올랐다. 펀더멘털이 좋다고 칭찬한다. 하지만 서민은 여전히 부동산 폭락과 가계 부채에 시달린다. 소득불균형, 우리는 괜찮나.
김인기 편집1부장 i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