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20일 `셧다운(shutdown)제`가 시행됐다. 같은 해 5월 19일 국회를 통과한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에 따라 신설된 조항(23조의 3)이다. 계도 기간을 거쳐 2012년부터 단속을 실시한다. 주무부처는 여성가족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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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의 뼈대는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 6시간 동안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 서비스 업체는 이 시간대에 연령과 본인 인증을 통해 청소년 게임 이용을 강제로 원천 차단해야 한다.
◇여성부·문화부 서로 다른 셧다운제=셧다운제의 출발은 17대 국회 회기인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나라당은 셧다운제 법안을 마련했다가 게임 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밀려 이를 폐기했다. 2008년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의 대표 발의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나라당이 마련한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에는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청소년에게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재경 의원은 “청소년들의 온라인게임 이용시간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각종 사회 문제가 생기는 데 비해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자율적 감독에 한계가 있어 심야 시간대에 한해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제한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셧다운제는 하나로 끝나지 않았다. 여성가족부에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도 다른 형태의 셧다운제를 내놨다. 여성부 셧다운제가 청소년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에 문화부 셧다운제는 부모가 원하면 시행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여성부 안은 `강제적 셧다운제`, 문화부 안은 `선택적 셧다운제`라고 부른다. 문화부 셧다운제는 대신 심야뿐 아니라 어떤 시간이라도 부모가 원하면 게임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2012년 7월 1일부터 선택적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적용대상은 넥슨·NHN 등 14개 기업, 101개 게임이다. 하반기부터 게임업체 책임을 대폭 강화한다. 청소년을 회원으로 받는 게임 업체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부모는 자녀가 이용하는 게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게임을 이용하려면 청소년이 본인인증을 받아야 하며, 게임 업체는 부모에게 자녀의 회원가입 신청사실을 알린 후 승낙을 받아야 한다.
박순태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산업실장은 “가정의 역할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 조치로, 부모와 청소년의 자율적 참여가 중요하다”며 “이행사항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전담반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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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근거 부족한 강제적 셧다운제=상당수 법률 전문가는 강제적 셧다운제의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선택권을 위축시키는 불필요한 조치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한국입법학회 회원 등 법학 교수 및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에 따르면, 국가보다는 가정의 역할이, 과잉 규제보다는 최소한의 개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셧다운제 도입이 부적절하다`고 답한 이유에 대해서 58.3%가 `게임 이용은 개인과 가정이 판단할 문제이므로`라고 답했다. 이어 `게임보다 가정과 학교 등 생활 환경의 문제가 게임 관련 문제의 더 중요한 원인이므로`란 응답이 16.7%를 차지했다. `셧다운제 도입이 적절하다`는 응답은 5%에 그쳤으며, `적절하지는 않으나 게임 과몰입 문제가 심각하므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35%였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입법 목적을 실현하기 어렵고, 청소년과 게임 업체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짙다고 판단했다. 2010년 12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이슈와 논점 159호-청소년 게임 과몰입 해소 논의와 정책적 제언` 보고서는 △게임 과몰입 현황 △게임 과몰입 해소를 위한 노력 △규제방향에 대한 논란 △과몰입 대응 관련 입법적 제언 △과몰입 대응 관련 정책적 제언 등의 내용을 담았다.
보고서는 “게임 과몰입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풀어가야 할 정책 의제”라며 “현행 게임 과몰입 해결 방안 중 가장 논란을 빚는 대목은 셧다운제와 자율 규제 사이의 선택”이라고 전제했다.
보고서는 또 “셧다운제 도입 시 게임이용자의 `행복추구권` 및 `자유권`과, 게임 사업자의 `영업의 자유`를 제약하는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게임 과몰입의 심각성과 그에 따른 사회적 문제 해결의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목적의 정당성은 충족되지만, 셧다운제가 과몰입 해소라는 입법 목적 달성에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최소 침해의 원칙을 위반할 수 있다”고 법안으로서의 문제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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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
“국가권력이 법을 어기지 않은 개인의 사생활에 개입해선 안 됩니다.”
소설 `영원한 제국`의 저자로 이화여대에서 강의하고 있는 이인화 이화여대 교수는 셧다운제 법안에 강력한 철회운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아날로그 시대의 잣대로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갈 청소년을 재단하는 발상”이라며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늘 이와 같은 구시대적 규제가 나왔는데 앞으로 정보민주화 침해와 검열 강화로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특히 권력의 자기증식적 속성에 주목했다. 법을 만드는 국회와 국가권력은 끊임없이 권력을 키우기 위해 자가발전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0시부터 새벽 6시까지 16세 이하 청소년의 게임을 규제하는 셧다운제 법안에 이어 앞으로 19세 법안, 21세 법안 등 추가 규제법안이 상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셧다운제를 입안한 기본 발상은 게임은 중독의 매개물이고 청소년에게 해로운 매체라는 부정적 발상이 깔려 있다”면서 “하지만 이 같은 전근대적 문제와 미신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 유해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핀란드 헬싱키대학의 `정신생리학 연구실(Mind Lab)` 조사결과에 따르면 게임을 하는 학생들은 실패했을 때 현실의 실패를 인정하고 즐길 뿐만 아니라 성공 후에도 안주하지 않고 제2의 목표를 찾아 움직이는 능동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의 반대는 일이 아니라 침체(Depression)”라며 “놀지 못하는 상태, 정신적으로 의기소침해서 우울한 상태”라고 게임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국의 한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국 21세 대학생이 여가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취미가 독서(2000∼3000시간)였고, 이어 TV시청(5000시간), 게임(1만시간)으로 나타났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매체를 부정적이고, 해악으로 보는 시각은 인류의 집단 지성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게임을 하면 매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목표와 임무 및 삶의 법칙을 일상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모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부(Wealth)`지만 아이들이 추구하는 건 행복(Happiness)이라며 세대 간 서로 상반된 가치가 게임 유해론 기저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게임업계도 각성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주류산업으로 부상한 만큼 그에 합당한 책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그동안 업계가 우리나라의 운명에 관련된 게임을 만든 적이 없다”면서 “산업을 이끌어 가는 주류 매체답게 대사회적, 대국가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국에서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게임 때문에 국회의원 28명이 사임하고 1700만파운드가 국고로 환수되기도 했다”며 “국가의 운명에 관련된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