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투자, 제대로 받자]<하>철저한 준비가 성공 투자유치 비결

실리콘밸리 한 투자자는 “한국 내 기관·엔젤 투자자에게 엔젤투자를 받은 회사는 투자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유는 “여러 형태로 상환 규정을 둬 이후 추가 투자를 하더라도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계약서 두께에도 한국은 차이가 난다”며 “미국에서는 아이템과 사람을 보고 몇 장짜리 간단한 계약서를 쓰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원금 상환 조건은 당연히 없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투자를 받기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꼬집는다. 한 투자자는 “창업자를 만나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이 어느 정도인지 세부 계획조차 없이 무조건 투자해 달라는 사례가 많다”며 “회계·법률 지식을 갖추고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투자 계약을 할 때 △회사 가치평가 △지분율 산정 △상환 규정 유무와 기간 등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투자 후 무상증자 유무에 따라서 주식 수와 가치가 달라져 계약 후에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법무법인 한별 전세준 변호사는 “과반이 아니기 때문에 40% 지분을 줘도 괜찮다는 최고경영자(CEO)도 다수 있는데, 주식 3분의 2 이상은 가지고 있어야 경영상 무리가 없다”며 “지분 40%만 넘어가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지분이 희석되는 건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정극재 이지플랜컨설팅 대표는 “주식이 아닌 회사 가치를 기준으로 투자받고, 회사 가치평가 배수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만약 창업자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자본금 1억원 회사가 액면가 5000원에 발행한 주식의 10배 가치를 인정받고 유상증자로 2억원 투자를 받으면 자본금은 1억2000만원이 된다. 자본금 외에 1억8000만원은 주식발행 초과이익금이고 투자자가 무상증자를 요구하면 자본금이 늘어나고 주주에게 분산된다. 지분 희석 효과가 나타나고 주식 가치도 떨어진다.

회사가치는 서비스나 제품 출시 비용, 특허 등 회사가 가진 자산, 1~2년간 성장성 (미래가치)이 반영된 지표다. 만약 자본금 1000만원인 회사의 가치를 5억원으로 평가하고 1억원을 투자해 지분율을 10% 요구하면 투자자는 투자액보다 적은 비율의 주식을 갖는다. 이 때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보상 방법을 마련해야 회사에 부담이 덜하다.

상환 규정과 기간은 특히 유의해야 한다. 상환전환우선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상환규정이 필수로 붙는 형태의 계약에서는 상환 기간을 단기로 정하면 대출과 마찬가지 효과가 난다. 상환조건에서 만기가 도래했을 때 `회사는 이익잉여금 한도 내에서 상환한다`는 조항이 붙지 않으면 수익이 나지 않을 때도 상환의무가 생겨 경영난에 빠질 수 있다. 만약 회사의 지연배상금 외에 대표에게 상환 책임을 지우는 조항이 추가로 기재되면 대표 채무로 신용 불량자가 될 위험성도 크다. CB나 BW는 지나치게 고리이거나 복리 이율을 정하는 경우 회사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불필요하게 늘어날 수 있다.

일정 기간 수익을 내지 못하면 지분을 넘기는 약정주식 보상도 경영권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오덕환 서울엔젤스 대표는 “사업영역이나 운용비를 합해 16~18개월가량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로 투자를 받을 것”을 제안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규모의 돈을 조달하느라 지분 방어를 못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명한 엔젤투자 유치 5대 원칙

[엔젤투자, 제대로 받자]<하>철저한 준비가 성공 투자유치 비결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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