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 올해 설비투자비가 처음으로 8조원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사상 최대 규모다. 실적 악화로 전전긍긍하는 통신사 모습을 떠올리면 다소 의아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힘들면 지출을 줄여 허리띠부터 졸라맨다. 그럼에도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는 건 그만큼 통신 인프라 보강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혁명은 무선 데이터 트래픽 폭증을 몰고 왔다. 심심찮게 통신 블랙아웃 우려가 나온다. 통신사가 힘든 여건에도 설비투자비를 늘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롱텀에벌루션(LTE) 망 구축경쟁도 한몫했다. LTE 망 구축 경쟁은 초반에는 커버리지 경쟁에서 이젠 서비스 품질로 확전됐다. 설비투자가 통신사 생존과 직결되다 보니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서두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앞으로 설비투자 항목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소지가 더 크다는 것이다. 현재 LTE는 조만간 LTE 어드밴스트로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여기에 그동안 무선망 투자에 우선순위가 밀린 유선망 업그레이드 문제도 서서히 불거지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 맞춘 `기가인터넷`이나 `스마트인터넷`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신사의 설비투자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정보통신(ICT) 생태계 경쟁력과 연결된다. 우리나라는 한 발 앞선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산업을 일궜다. 3세대(G) 이동통신에서 LTE로 바뀌는 것은 PC통신 환경에서 초고속 인터넷 환경으로 바뀌는 것과 흡사하다. 무선 인터넷 산업 역시 비약적인 발전이 기대된다. 이런 의미에서 통신사의 인프라 투자는 단지 통신사 생존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선순환의 단초가 인위적인 요금인하 압박으로 좌초되는 것이다. 통신료 정책이 시장이 아닌 정치 논리로 결정될 때 몰아칠 후폭풍도 이젠 따져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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