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스를 수 없다. 큰 흐름이다. 받아들이지만 아쉽다.”
서울시의 `교통카드 빗장 풀기` 방침에 대한 한국스마트카드(티머니) 측 반응이다. 한국스마트카드는 LG CNS가 투자한 회사다. 지난 2002년 서울시가 발주한 `신교통시스템 구축 사업`을 따낸 뒤 교통카드 대명사처럼 성장한 `티머니` 사업 근간에 늘 LG CNS가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춘 것도 LG CNS가 모든 책임을 지고 지난 10년간 기술 개발과 시스템 운영을 일괄 처리해온 덕분이다. 하지만 오랜 독점은 참여를 희망한 다른 사업자에게 가혹했고, 구설수를 낳았다. 결국 서울시의 빗장 풀기로 이어졌다.
◇왜 교통카드인가=서울권에서만 한 해 6조원 가까운 금액이 거래되지만, 정작 주관사인 한국스마트카드는 티머니 시행 첫해인 2004년 이후 줄곧 적자다. 1대 주주인 서울시 역시 지금까지 한푼의 배당금도 챙기지 못했다.
카드사에도 교통카드 기능은 `계륵`이다. 신용카드 고객들이 티머니 기능을 내장한 카드를 원하기 때문에 발급을 하지만 1.5% 수준인 수수료와 이용료 등을 내고 나면 대부분 마이너스다. 그런데 각 사업자는 `소액 결제`를 주목한다. 비교적 적은 금액을 결제하는 교통카드는 선불카드 등 소액결제 시장과 연동이 용이하다.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카드 대신 체크·직불·선불카드 이용을 장려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분석한 결과, 교통카드는 이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난 타 사업자=관련 사업자들은 “10년 유착이 그리 쉽게 끊어지겠냐”면서도 서울시의 태도 변화를 내심 반기는 눈치다.
부산을 비롯해 서울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자체의 교통카드 시장을 석권한 이비카드(마이비 포함)가 가장 희색이다. 더욱이 모그룹인 롯데는 소액결제의 핵심인 편의점·패스트푸드점 등 소매유통망을 보유했다. 이비카드를 포함한 롯데 계열사들이 교통카드 선점 경쟁에 사활을 걸고 나선 이유다. 이비카드는 최근 `캐시비`라는 통합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교통카드를 기반으로 한 선불카드 시장을 만들고 있다.
삼성SDS도 최근 서울지하철 1호선 등을 운영 중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협약을 맺고 지하철 교통카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감사원 권고로 해당 사업을 본격화하지 못했지만 시장이 개방되는 마당에 앉아만 있지는 않겠다는 게 삼성SDS 측 반응이다.
비씨카드 역시 모 그룹 KT와 함께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을 상대로 교통카드 사업권 획득을 위한 정지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뿔난 LG CNS= 서울시 방침에 한국스마트카드와 LG CNS 측은 망연자실했다. 한국스마트카드 한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땅속이고 변두리 종점이고, 서울시내 구석구석 안 가본 곳 없이 발품 팔며 티머니 안정화에 노력했다”며 “이런 수고가 물거품이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LG가 책임지고 맡아와 시스템도 발전하고 안정화도 빨랐다”며 “세계 여러 도시에 서울시의 교통카드 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서울시에는 지하철(철도공사·코레일)과 버스(시내버스·마을버스운송조합), 택시(개인·법인택시운송사업조합) 등 다양한 운송사업자가 있다. 교통카드 사업자 다각화는 산술적으로 한 대의 대중교통에 최다 6대의 카드 단말기를 매달고 다닐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특히 정보수집과 정산업무의 이원화는 전 교통카드 시스템에 치명적이다. 운영 주체가 다른 단말기 간 연동 문제도 관건이다. 이를 위한 테스트와 적합성 검증에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수 있다.
정창덕 고려대 컴퓨터정보학과 교수는 “정산업무는 놔둔 채 시스템 끝단인 데이터 수집 부분만 사업자를 다각화하는 것은 매우 피상적 발상”이라며 “이렇게 되면 시스템 오류 시 그 원인 분석과 신속한 복구는 물론이고 향후 책임 소재 파악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연도별 서울시 교통카드 시스템 수출 현황
류경동·신혜권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