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단계 회사를 점검해 투자해주는 것이 역할입니다.” 유카 하이리넨 테케스(Tekes) 투자담당 이사의 말을 들으며 핀란드라는 나라 전체가 하나의 주식회사인 것처럼 느껴졌다. 기술이 부족해 실패하는 건 어쩔 수 없어도 돈이 부족해 실패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새싹에서 거목이 되기까지 현미경 들여다보듯 살펴보고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주려는 투철한 서비스 정신이 인상적이었다.
하이리넨 이사는 “핀란드는 내수 시장이 작은 대신 좋은 인재와 기술을 보유했다”면서 “좋은 자원을 활용해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도록 하는 것이 테케스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테케스는 1970년대 심각하게 후퇴했던 핀란드 경기를 되살리려는 목적으로 1984년 설립됐다. 1990년대 핀란드에도 닥친 글로벌 닷컴 붐 덕분에 성장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은 연간 6억유로를 굴리는 초대형 펀딩기관으로 성장했다.
스타트업 CEO를 지낸 3년을 포함해 13년간 벤처 업계에서 일하다 지난 3월 테케스에 합류한 그는 테케스를 좀 더 깨어있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어했다. 거액의 투자금을 다루는 만큼 공기업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투자 후 성과를 철저하게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50명 정도의 평가 패널을 구성해 모든 투자 프로젝트를 꼼꼼이 점검한다. 일반 벤처캐피털이 수익률 20%면 성공했다고 보지만 이보다 더 높은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이리넨 이사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처럼 철저히 측정하는 것”이라며 “느리고 무능한 공기업 이미지를 벗어나 사기업처럼 빠르고 능력있는 집단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선 “이전에 LG 사람을 만났는데 흥미로운 기술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도 투자를 하지 않더라”면서 “기술력 있는 인재들이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는 스핀아웃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