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빠지는 수고를 감당하는 나의 삶도 남이 보면 풍경이다.` 손철주의 `인생이 그림 같다`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뼈저린 아픔을 경험하는 삶의 주체인 나는 지금 무척 힘들지만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는 다른 사람에겐 하나의 풍경일 수 있다는 뜻이다. 당장 생각할 때 불만과 불평할 거리도 지나서 생각하면 축복과 행복일 수 있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라는 책에는 `모든 근경은 전쟁이고, 모든 원경은 풍경 같다`는 말이 나온다. 온몸을 던져 애쓰고 있는 사람 처지에는 매우 고통스러운 순간이지만 이를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한 폭의 멋진 풍경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근경의 주인공 처지에서 생각하면 지금 이 순간은 곤경(困境)이지만, 지나고 나서 돌이켜 생각하면 아름다운 추억의 풍경(風景)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한때는 고난과 역경의 시절이었지만 돌이켜보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 이치와 일맥상통한다. 곤경에 처하면 근경(近景)보다 원경(遠景)을 보라. 곤경도 멀리서 보면 한 폭의 풍경이다.
근경과 원경의 관계는 전경(前景)과 배경(背景)의 관계와 비슷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전경의 아름다움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배경 덕분이다. 묵묵히 본분을 다하면서 조용히 전경을 빛나게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배경이다. 가까운 전경은 여유롭고 한적해 보일 수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전경의 이면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 부단히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전경의 한적함은 배경의 치열함 덕분이다. 수면 위 백조는 유유자적해 보이지만 수면 밑 백조의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전경으로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을 쉽게 판단하면 오해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부단한 노력을 한 덕분에 나타나는 결과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가을의 불타는 단풍도 봄부터 여름까지 치열하게 살아 보여주는 아름다움이다. 근경과 전경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근경도 멀리서 서서히 그러나 치열하게 노력한 원경 덕분에 만들어진 풍경이고, 전경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묵묵히 맡은 자리에서 본분을 다한 배경 덕분에 빛나는 것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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