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세 충격, `안일한 국가 IP경쟁력이 초래한 결과다`…IP리더 한 목소리

`최악의 시나리오다.` 주말 날아든 `삼성-애플 재판 결과 충격에 `지식재산(IP)리더스포럼`의 주된 반응이다. 평결 결과는 하나의 사례로 앞으로 이어질 다양한 특허 재판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를 포함한 기업 성장전략 전면 수정 필요성을 언급했다. 글로벌 특허전쟁은 이제 개막됐고, 미국을 필두로 각국은 특허를 자국 산업 보호에 활용할 것으로 분석됐다. `IP리더스포럼`은 전자신문과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가 공동으로 국가 IP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7일 발족했다.

미국 평결 결과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제3국 재판에 미칠 파장이다.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백만기 IP리더스포럼 회장(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은 “특허 판결에서 미국 재판 결과가 일종의 전례가 된다”며 “우리 판결 내용이 미치는 파장과 비교할 수 없이 크다”고 강조했다. 백 회장은 “미국 판결로 특허가 산업 보호에 활용될 수 있음이 입증됐다”며 앞으로 파장을 우려했다.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이달 31일 중간 판결을 내리고, 다음 달엔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심리가 있다.

우리 기업의 안일한 특허 대응에 비판도 이어졌다. IP서비스산업의 낙후·영세함에 따른 한계 지적도 나왔다. 김기종 애니파이브 대표는 “대기업이 IP전략부서를 뒀지만 제대로 갖췄다고 할 수 없다”며 “외국기업은 특허 출원에 앞서 마케팅, 기술사업화, 라이선싱 등을 6개월간 종합 검토해 내놓는데 우리는 마치 양산하듯이 출원하기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안일한 시각도 지적됐다. 김길해 피앤아이비 이사는 “우리 특허재판 결과를 보면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규모가 너무 적다”며 “IP 관심은 높아졌지만 특허 가치를 여전히 낮게 본다”고 지적했다. 우리 손해배상 방식이 잠재피해가 아닌 확인되는 피해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미국 평결에 `의장권(디자인)`이 결정적 영향을 준만큼 이의 대응도 요구됐다. 백만기 회장은 “애플에서 엔지니어의 랭킹을 정하면 디자이너,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순이다. 디자이너의 한마디는 개발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며 “이게 그대로 의장권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하드웨어 엔지니어를 가장 우선시하는 우리나라와 확연히 다르다. 이형칠 윕스 대표도 “우리 기업도 디자인 권리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특허 전문가가 디자인을 이해하려는 정도에 그친다”며 “그 반대(디자이너가 특허를 이해)로 가야 한다. 지금 수준으로 제대로 된 디자인이 개발되고 의장권으로 등록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충곤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 부사장은 신발업체 크록스 사례를 들며 “이제는 독특한 외관 자체를 상표권으로 인정한다”며 “디자인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우리 기업이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IP서비스산업의 낙후성에 비판과 대응 주문도 이어졌다. 민승욱 아이피큐브파트너스 대표는 “하나의 아이디어와 기술은 서비스산업이 보조를 맞춰야 경쟁력 있는 특허로 탄생한다”며 “우리 기업이 하드웨어 표준 특허에만 집착해 싸울 수 있는 무기가 적었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차상진 마크프로 대표는 “판결에 이메일 유출이 크게 영향을 줬는데 그게 바로 `이-디스커버리` 비즈니스다”며 “우리는 그런 비즈니스 자체가 없다. IP경쟁력이 기업(제조업) 경쟁력에 비해 턱없이 낮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외국 IP서비스업체가 한국 시장 진출 시 경쟁력이 크게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보였다.


삼성-애플 재판 결과에 대한 주요 연사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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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배·권동준기자 j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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