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폭염과 함께 에너지음료가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에너지음료는 카페인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단시간에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운동선수들이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 각성효과가 있어 학생들에게도 인기다. 대학가 편의점에서는 시험기간 동안 에너지음료가 평소보다 10배 이상 판매된다. 에너지음료시장은 지난해 300억원 규모에서 올해 1000억원 규모로 세 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음료의 폭발적 인기를 보면서 인간의 신체적·육체적 능력을 끌어올리려는 욕망이 얼마나 절대적인지 실감한다. 인간은 누구나 장애, 고통, 질병, 노화, 죽음과 같은 인간의 필연적 조건을 두려워한다. 또 인간의 근본적 한계를 넘어선 능력을 갖추기를 갈망한다.
이처럼 과학과 기술을 이용해 정신적, 육체적 성질과 능력이 개선된 인간을 `트랜스휴먼`이라고 한다. 트랜스휴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생명과학과 신생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도약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유전자 조작, 줄기세포 연구, 정보기술(IT), 나노기술, 인공지능 같은 부문이 트랜스휴먼의 연구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트랜스휴먼은 신의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인간의 욕망을 꺾을 수는 없다. 결국 놀랍게 발전하는 기술은 인간이 자신의 몸을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시대를 열어젖힐 것이다. 새로운 인간의 탄생이 머지않은 듯하다.
반면에 그런 기술이 시장에 출시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형질을 설계하고 적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댈 수 없는 경제적 약자들이 유전적 약자로 전락한다. 결국 트랜스휴먼이 열등한 휴먼을 지배할 것이다. 에너지음료의 열풍을 지켜보면서 `인간이란 무엇인지` 생각한다.
권상희 경제금융부 차장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