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감인대(堪忍待)

순박한 농부가 쟁기를 놓고 뒷산 절을 찾았다. 노스님께 좌우명으로 삼을 가르침을 청했다. 노스님은 `감인대(堪忍待)`라는 세 글자 한 폭을 써 주었다. 힘든 것을 잘 견디고, 화나는 것을 잘 참고,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기다리며 살라는 법어도 함께 전했다. 돌아온 농부는 세 글자를 집안 곳곳에 붙였고 훗날 이를 통해 큰 위기를 모면한다.

범어사 큰스님은 `감인대` 석 자를 족자로 걸고 중생들 마음의 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많은 제자와 중생에게 꾸준하게 정진하며 마음을 내려놓고 기다리면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것이라고 설파했다.

8월 25일, 3년 전 이날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처음 하늘로 치솟았다. 결과는 아쉽게도 실패다. 이듬해 한 차례 더 시도했지만 위성을 정상궤도에 올려놓지 못했다. 오는 10월, 세 번째 발사에 도전한다. 전남 고흥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는 3차 발사를 앞두고 발사준비 모드에 돌입했다.

러시아 도움까지 빌려 시도한 두 번의 도전이 모두 실패했다. 세 번째는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백배다. 그간 수백명의 연구진이 밤잠을 설쳤음에도 실패라는 꼬리표는 떼어내기 힘들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을 들이고도 배운 것이 없다는 지적 역시 흘려 넘기기 어렵다. 로켓 발사가 정치적 영향 아래 오락가락한다는 추측까지 제기된다.

분주한 나로우주센터 조립동 벽 한쪽에 걸린 화이트보드에 `감인대` 세 글자가 적혀 있다. 과학의 결정체인 로켓을 만드는 과학자들에게 `감인대`는 어떤 의미일까. 나로호는 자력으로 로켓을 쏘아 올리기 위한 긴 여정의 첫 디딤돌이다. 이 때문에 3차 발사 역시 하나의 과정이다. 쉽지 않지만 주위에 아랑곳없이 목표를 향해 가야 한다는 연구원들의 마음을 적은 듯하다.


윤대원 벤처과학부 차장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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