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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은 우리나라 산업 비중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30년 전부터 수출 주도형 경제성장 전략을 채택해 제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온 덕분이다. 현재 제조업은 경제 성장에서 85% 비중을 담당할 정도로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보기술(IT)과 자동차가 제조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조금 기형적인 구조다. 압축 성장 전략의 부작용 탓도 클 테다.
국내 중소 제조업체는 선진국에 기술로 밀리고, 후발국가에 가격으로 밀리는 `넛 크래커`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선진국들은 기술 융합에 속도를 내면서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저지하고 있다. 최근 IT융합은 자동차·조선·의료·건설 등 전 산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현재 15% 정도인 자동차 산업의 전기전자 부문 제조원가 비중이 2015년에는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산업의 전기전자 부문 시장 규모는 23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부가가치 확대 수단으로 자동차 산업 내 IT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전기차는 전기전자부품 비중이 7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는 차량통신·동력전달·차체제어·편의 및 안전장치 등 수많은 융합 기술이 장착된 제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자동차 전장 핵심부품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으며 국산화는 미진한 실정이다. 국내 중소기업이 나름대로 전장 부문 연구개발(R&D)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원천 기술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 구축한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 우리 대기업조차 국내 중소기업 제품보다는 검증된 외산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생산공정 부문에서도 IT 융합은 활발하다. 유럽 재정위기 여파를 최소화하고 후발 국가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조업 경쟁력 확보가 필수다. 모든 제조자원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생산정보(POP/EMS)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생산정보시스템의 성공은 제조공정과 IT 융합에 달려 있다. 제조자원은 업종 및 기업별로 굉장히 다양하다. 모든 제조자원을 아우르는 IT는 없다. 그래서 기업은 자사 제조자원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에 맞춤화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제조자원 시스템화를 위해서는 IT뿐 아니라 나노·친환경·유공압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야 한다. 기업은 이 같은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해야 하며 충분한 자금도 조달해야 한다. IT 융합 없이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근로자 작업 환경도 개선할 수 없다. 이런 작업은 중소기업이 온전히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정부 정책은 큰 그림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미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은 IT와 융합됐고, 지식경제부는 이런 틀 안에서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점차 개선되는 과정을 보면서 희망을 봤다.
현실은 이런데 정치권에서는 IT 독임부처 신설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다.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에어컨 컨트롤러 등 전장부품은 자동차와 IT 지원을 원스톱으로 받아야 한다. 만약 자동차와 IT 관련 부처가 둘로 쪼개져 추진된다면 중소기업은 두 배의 비용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부처 이기주의로 유기적인 지원은커녕 업계의 어려움만 커질 게 불 보듯 뻔하다. 글로벌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가 다시 한 번 크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융합을 가속화해야 한다. 현장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정치인들은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유기덕 덕일산업 대표 ceo@duck-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