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발전소를 늘리는 방법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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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3일 우리나라는 인구 5000만명 시대에 돌입했다. 1983년 4000만명을 넘어선 이후 29년 만이다. 동시에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 `20-50클럽`에 가입했다. 영국·미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다. 인구 성장세를 보면 1967년 인구 3000만명을 돌파한 이후 1983년 4000만명을 넘기까지 16년이 걸렸지만 다시 1000만명이 늘어나는 데는 29년이 걸렸다. 이 추세라면 인구는 2030년 5216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해 2045년에는 다시 4000만명대로 복귀하게 된다. 인구증가율 변화에 따라 인구정책도 선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는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지 않은 적이 없지만 전력수요와 경제성장률을 보면 인구증가율 추이와 묘하게 비슷하다.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에 걸친 석유파동을 겪은 우리나라는 탈석유 전략을 펼쳤다. 석유를 이용한 발전에서 원자력발전과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고리 원자력발전소(1978년)와 삼천포 화력발전소(1983년)가 변화의 첫걸음이었다.

기존 석유발전과 함께 석탄화력과 원전 건설이 활기를 띠면서 전력설비예비율은 높아지기 시작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전력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설비예비율은 낮아지기 시작해 1994년부터는 두 자릿수를 유지해온 설비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낮아졌다. 정부는 재빠르게 발전소를 건설했다. 건설 기간이 가장 짧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였다. 안양·분당·일산·부천 열병합발전소가 그것이다. 열병합발전소가 가동되고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가면서 전력수요가 줄어들자 설비예비율이 정상화됐다.

선진국으로 갈수록 전력수요 증가율은 낮아진다. 1.1∼2% 수준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전력수요 증가율은 중국 등 개발국가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전력수요 불확실성에 대비해 설비예비율을 19∼20% 늘려 잡았지만 전력수요는 늘 예상을 뛰어넘었다. 기후변화로 여름·겨울철 냉난방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데다 전기 가격이 다른 에너지원 가격보다 턱없이 낮아 냉난방기기나 중장비를 기름 대신 전기 방식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결국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러 지난해에는 9·15 순환정전 사태를 불렀고 여름·겨울철만 되면 전력불안에 떨고 있다.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새 발전소가 가동하면 전력부족은 해소되겠지만 이제는 전력수요를 조절하는 방안을 생각할 때가 됐다.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겠지만 스마트그리드로 전력수요를 관리하면 발전소 짓는 비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주문정 논설위원 mjjo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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