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패션 시대를 연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포브스가 선정한 일본 최고 부자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미 2년 전 순재산만 92억 달러로 1위를 거머쥔 그는 올해는 14억 달러 늘어난 106억 달러로 재산을 늘렸다.
유니클로의 히트 상품인 히트텍(Heat-Tech) 보온내의는 전 세계 누적판매량 1억장을 돌파했다. 히트텍은 유니클로와 섬유업체인 도레이가 공동 개발한 초경량 신소재다. 인체가 내뿜는 수증기를 열 에너지로 바꿔 발열하는 원리로 만들었다. 유니클로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UV, 그러니까 자외선을 차단해주는 UV컷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갖춘 기능성 섬유로 만든 것.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평소 "옷을 바꾸고 상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는 경영 철학을 내건다. 유니클로의 성공을 섬유 소재 하나에서만 찾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세상을 바꿀 단초` 중 하나는 섬유 소재가 된 셈이다.
◇ 코알라가 사랑한 나무가 꿈의 섬유로=이런 점에서 요즘 주목받는 섬유 소재는 단연 텐셀(Tencell)이다. 텐셀은 영국 섬유회사인 아코디스가 지난 1992년 개발, 생산한 섬유 브랜드명으로 섬유개발사상 30년 만의 쾌거로 꼽힌다. 텐셀의 소재는 유칼립투스 나무. 유칼립투스는 공해에 강할 뿐 아니라 병충해가 없다. 잎을 비비면 레몬 비슷한 강한 향기가 나서 `호주의 페퍼민트`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텐셀은 이런 유칼립투스 나무를 100% 원료로 삼는다. 유칼립투스 나무에서 추출, 100% 자연 생분해로 만든 웰빙 섬유일 뿐 아니라 제조 공정에 쓰이는 용제 중 99.5%는 회수해서 재활용한다.
물론 텐셀이 꿈의 섬유로 불리는 이유가 단순히 원료에만 있는 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제껏 만들어낸 어떤 섬유에서도 찾을 수 없는 천연 나노 피브릴 구조를 지녔기 때문. 나노 피브릴 구조 덕에 텐셀은 흡수성과 발수성이 뛰어나다. 수분 관리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 이런 기능 덕에 흐르는 땀을 흡수하는 한편 흡수한 수분은 빠르게 밖으로 배출해낸다. 이런 수분 조절 능력 덕에 텐셀은 위생적이기도 하다. 피부에 박테리아가 성장할 수 있는 수분층이 만들어지지 않게 해준다. 굳이 가공이나 화학물질을 더하지 않아도 박테리아 성장을 억제한다는 얘기다.
텐셀의 또 다른 특징은 부드럽다는 것. 면 같은 섬유 소재는 거칠다. 울은 표면이 울퉁불퉁하다. 하지만 텐셀은 매끄럽고 유연하다. 이런 장점 덕에 텐셀은 `천연섬유의 장점과 합성섬유의 실용성`을 겸비한 섬유 소재로 불린다.
◇ 속옷 접수한 텐셀, 아웃도어 정조준=텐셀은 시중에서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판매중인 텐셀 제품은 대부분 속옷이다. 물론 의류나 트레이닝복, 바지 같은 것도 일부 있지만 90% 이상은 속옷이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텐셀의 빠른 수준 관리 능력, 박테리아가 성장하지 못하게 하는 위생성 같은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최근 남성 속옷 전문 브랜드 라쉬반(www.lashevan.com)이 선보인 남성 기능성 속옷이 대표적인 예. 이 제품은 텐셀 원단으로 만들었다. 통기성이 좋을 뿐 아니라 땀 같은 분비물의 흡수력이 좋아 사타구니의 세균 번식을 원천 차단한다. 텐셀의 표면 자체가 울이나 면보다 매끈한 만큼 속옷이 닿는 민감한 속옷 부위에 적당한 것도 장점이다. 제조사 측에 따르면 남성 생식기의 온도는 33.5℃일 때 가장 왕성하게 활동을 한다. 이 온도가 1℃만 올라가도 기능을 망각한다는 것. 라쉬반은 이에 착안해 음경은 위, 음낭은 아래로 확실하게 분리되도록 속옷을 설계, 사타구니에 땀이 차지 않도록 했다.
분리형 속옷이 좋은 이유는 무더운 여름철이면 사타구니에 땀이 차고 극심한 가려움을 겪기 때문. 남성의 음낭은 정자생성기능을 담당하는 고환을 담는 주머니로 정자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정상체온보다 2~3도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음낭은 피지선과 땀샘이 분포해 수시로 땀을 배출하며 열 발산을 돕는다. 무더위 속 여름엔 조금만 걸어도 마찰이 심해 땀이 나고 배출이 안 되는 경우 사타구니에 상처가 나거나 곰팡이가 발생할 수 있다. 텐셀을 이용한 분리형 속옷은 이런 문제를 해결해준다.
텐셀은 주로 속옷에 쓰여왔지만 요즘에는 분야를 차츰 넓히고 있다. 예지미인은 지난 2월 100% 텐셀 소재로 만든 팬티라이너 탑커버를 적용한 텐셀라이너를 선보이기도 했다. 박테리아 성장을 억제하고 매끄러운 표면을 지닌 데다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것. 최근 폭발적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아웃도어 업계에서도 텐셀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렌징과 신한화섬, 우정무역 등이 수분 조절과 무봉제 기술을 적용하기 쉬운 텐셀의 장점을 살린 스포츠 의류를 통해 아웃도어 시장 공략에 서고 있다.